북·미, 3개월 만에 만남 재개…실무협상 전 이례적 예비접촉

2019.10.01 22:22 입력 2019.10.01 23:29 수정

북 최선희 “5일 실무협상 개최 합의” 전격 발표

판문점 회동서 합의한 접촉 ‘지각’ 이행…미국 측도 부인 안해

1990년대 협상 방식 부활…당국자 “원활한 조율 못한 듯”

북은 정상회담, 미는 합의 원해…실제 성과까지 ‘산 넘어 산’

북·미, 3개월 만에 만남 재개…실무협상 전 이례적 예비접촉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끊겼던 북·미 대화가 다시 이어지게 됐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사진)이 1일 담화를 통해 “조미(북·미) 쌍방은 오는 10월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실무접촉 재개 약속이 3개월 만에 지각 이행되는 셈이다.

미국 측도 북한과 이번주 내에 만날 계획이라고 확인하는 등 북측 발표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번 실무접촉은 사실상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시 시작되는 출발점이나 마찬가지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로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상태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밀도 높은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담화에서 실무접촉 장소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 정부 소식통은 “날짜와 협의 형식까지 공식발표했기 때문에 장소도 정해졌다고 봐야 한다”면서 “다만 북한 측이 공개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무접촉 장소는 북·미 모두 재외공관이 있는 스웨덴 등 제3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에서는 오랫동안 대미·북핵 문제를 다뤄온 김명길 전 베트남주재 대사가 ‘외무성 순회대사’라는 직책으로 협상에 나선다. 미국 측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양측 목표는 실무협상이 가능한 한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김 대사는 지난달 20일 담화에서 “미국 측이 이제 진행될 조미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을 수용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징후는 아직 없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비핵화 정의에 대한 인식 공유가 선행되어야 하고, 비핵화 경로와 타임라인을 설정하는 로드맵이 있어야 하며,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핵활동이 동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요소가 포함된 ‘포괄적 합의’를 만들고 이에 대한 이행은 ‘동시·병행적’으로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북·미관계를 주시하고 있는 외교 소식통은 “북·미 모두 대화를 재확인하면서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를 낙관할 만한 뚜렷한 변화를 발견하기 힘들다”며 “만만치 않은 회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북한이 내놓은 담화에서는 양측이 실무접촉에 대비해 사전에 조율한 흔적이 없다. 예비접촉을 먼저 가진 뒤 실무접촉으로 이어지는 형식을 택했다는 것은 아직 상대가 어떤 패를 들고 나올지 서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예비접촉에 이어 실무협상을 갖는 대화방식은 1990년대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하면서 “북·미 양측이 원활하게 조율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무협상에 임하는 양측 접근법도 미묘하게 다르다. 북한은 실무접촉을 북·미 3차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성격으로 보고 있다. 실무접촉은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예비단계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실무접촉에서 일정한 성과가 보장돼야 정상회담으로 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신속히 정상회담으로 넘어가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만 미국은 실무레벨에서 일정한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여러 번 실무접촉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첫 번째 만남에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상대 요구를 파악한 뒤 2차 실무접촉에 합의하는 것이 첫번째 실무접촉의 현실적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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