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데믹 폐해’ 여실히 보여준 ‘김정은 변고설’

2020.05.04 06:00

뉴스분석 - 북한 김정은, 공개 활동…20일 뒤흔든 ‘가짜뉴스’

잘못된 신변 정보, 전염병처럼 확산…정부 “수술·시술 없어” 또 부인

언론의 외신 받아쓰기, 태영호·지성호 등 무책임 발언 등이 혼란 주범

“경제·안보에 부정적 영향”…북한 관련 가짜뉴스 유통에 자성 목소리

‘인포데믹 폐해’ 여실히 보여준 ‘김정은 변고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 활동에 나서면서 사망설까지 나왔던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일단락됐다.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관영 매체는 지난 2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웃으며 활보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신변을 둘러싼 해프닝은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확산되는 인포데믹 현상의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정부는 초기부터 “특이 동향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연이은 언론 보도로 증폭된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관측에 대해서도 “수술이나 시술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인포데믹을 초래한 주범은 언론과 일부 정치인이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그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지난달 15일 집권 이후 처음으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건너뛰면서 불거졌다. 이후 데일리NK와 CNN 방송이 지난달 20~21일 각각 심혈관계 시술설, 수술 후 위중설을 제기하자 국내외 언론 대부분이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성 보도를 이어갔다. 국내 매체들이 외신의 ‘권위’를 빌려 익명의 소식통 말에 근거한 보도를 받아쓰는 오랜 관행도 재연됐다.

보수 성향 유튜버와 매체들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이나 평양 관련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여기에 탈북자 출신 미래통합당 태영호·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을 비롯해 대북 소식통과의 네트워크를 내세우는 정치인들까지 가세했다. 태 당선인은 지난달 27일 CNN과 인터뷰하면서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고, 지 당선인도 지난 1일 “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했다.

북한체제의 폐쇄성으로 인해 과거에도 북한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적이 많았지만, 이번 파문을 계기로 언론의 각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관련 가짜뉴스 유통과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언론에 대해) 안보불안, 경제적 손실, 남북관계 부정적 영향에 대한 책임도 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전문가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영호·지성호 당선인은 물론 소속 정당인 미래통합당은 이날까지도 공식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통합당은 “정부는 반복되는 북한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2일 대변인 논평)고 했지만, 정작 ‘탈북의원 리스크’는 도외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이후 20일 만에 경제 현장 시찰에 나서 자력갱생과 정면돌파전을 강조했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재개로 건강 이상설이 불식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대북 정보 자산 노출 우려에도 김 위원장의 원산 체류 사실까지 공개했지만, 사태 진정에 별 효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상황관리 능력에 대한 논란도 이어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건재를 과시하면서 지난 2주간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불안 요소는 잦아들었지만, 북·미관계나 남북관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미 모두 코로나19 사태와 미 대선 국면에서 당분간 상황관리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는 코로나19 관련 북한당국 발표를 전제로 방역협력을 모색해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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