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통일 얘기 절대 아니다” 해명
체제 붕괴 기대, 위기 고조 우려도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30일 “남쪽 체제 중심의 통일”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해 “흡수통일을 얘기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북한 체제 내부의 동요와 변화를 기대하는 기조를 내비쳤다. ‘김정은 정권’ 수호에 몰두하는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권 장관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흡수통일은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 없이 다른 사회를 흡수하겠다는 얘기”라며 “궁극적으로 통일을 하게 되면 국민투표 등 국민들 의사에 입각한 자유, 평화적 통일이 될 것이기에 흡수통일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흡수통일론 논란이 제기된 윤 대통령 발언을 권 장관이 나서 수습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남쪽이 훨씬 잘 산다면 남쪽의 체제와 시스템 중심으로 통일이 돼야 되는 게 상식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헌법 4조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 차원이라고 권 장관은 설명했다.
흡수통일론엔 선을 그었지만 북한 체제 약화를 바라는 심리를 드러냈다. 권 장관은 “과거 (유럽)동부권에서 일어났던 민중봉기가 (북한에서) 쉽게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먹을 것, 입을 것, 살 곳이 부족하게 되면 동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통일 방식에 대해 “북한 주민들도 가능한 한 실상을 정확하게 알아야 된다. 이것이 출발점”이라며 북한 내부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권 장관은 부인했지만, 자유민주적 체제의 우월성을 앞세우며 북한 체제의 와해를 기대하는 듯한 발언은 결국 흡수통일론과 맞닿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뜩이나 현 정부는 북한에 대화·교류를 제안하면서도 대북 군사·외교·경제적 압박을 우선시하는 ‘강 대 강’ 정책을 취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언행이나 정부 정책은 북한 체제를 인정하지 않음을 전제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체제 유지에 집착하는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윤 대통령이 북한 붕괴에 의한 흡수통일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북한이 이에 맞서 핵무력을 더 강화하고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를 고착화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흡수통일론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상충된다. 1994년 발표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 순으로 단계적·점진적 통일을 지향한다.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정부는 내년에 발표 30주년을 맞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현재의 국제 정세와 남북 관계 등을 반영해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권 장관은 “지난 정부 때 대화를 통한 평화라는 허상에 가까운 것을 지나치게 추구해서 안보의식이 조금 소홀해진 측면이 있기에 (윤 대통령이) 조금은 강경한 발언을 더 하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궁극적으로 대화로 문제가 풀어져야 된다는 부분은 절대적으로 확신하고 계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