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과 첫외무회담 “역사적”

2000.07.27 19:27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북한의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의 회담에 대해 ‘역사적’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올브라이트 장관을 수행하고 있는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방콕으로 가는 도중 하와이의 호놀룰루에 잠시 기착해 가진 브리핑에서 “북·미회담 가운데 양국간 첫 각료급 회담으로 역사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적’이라는 단어는 올브라이트 장관이 방콕으로 출발하기 전에도 사용한 말이다. 미 국무부 관리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관리들의 ‘역사적’이란 단어 사용은 이번 회담에서 만남 이상의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와 상통한다. 바우처 대변인은 회담 결과와 관련해 “이번 회담에서 중대한 발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태도는 미국이 그동안 대북협상에서 보여준 모습과 사뭇 다르다. 미국은 북한 고위인사의 방미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방문시기를 미리 밝히는 등 그동안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강력한 압박작전과 함께 유인책을 써왔다.

그렇지만 미국이 북·미관계 개선의 선결조건으로 삼고 있는 미사일 등 안건들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자 최근 들어 대북 협상전략을 ‘기다리기 전략’으로 바꾼 것이다. 미국이 대북협상 전략을 바꾼 데는 이미 미사일, 테러 지원국 명단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이 충분히 북한에 제시된 만큼 이제 북한이 대답할 차례라는 기본적 시각이 깔려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북한 협상태도에 대한 불만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남북정상회담 후인 이달 중순 베를린에서 열린 북한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과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 담당특사간의 회담에 큰 기대를 가졌으나 북한의 반응이 뜻과 같지 않자 상당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의 이같은 입장이 분명히 북한에 전달돼 북한이 먼저 움직이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워싱턴/이승철특파원 ls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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