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2001.05.01 19:00

산업자원부가 1일 발표한 ‘4월중 수출입 동향’은 수출과 수입이 동반 추락하면서 무역규모가 위축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10억달러가 넘는 무역흑자에도 불구하고 경기전망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수출이 나아지지 않으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그만큼 회복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나빠지는 수출입의 질(質)=단일품목으로 가장 큰 비중(전체 수출의 15.1%)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수출이 지난달 33%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미국의 정보기술(IT) 투자부진으로 올 1월 1.7%의 감소세로 돌아선 뒤 2월(-9.1%), 3월(-19.2%)로 가면서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컴퓨터 수출도 지난달 30.5%가 줄었다.

올들어 IT 부문의 수출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출의 버팀목이 돼온 선박(-20.7%), 철강(-5.3%), 섬유(-7.8%) 등 전통산업 부문도 대부분 부진했다. 선박 수출 감소에 대해 산자부는 수주·인도 일정 등 기술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중국(12.8%), 중남미(28.2%), 중동(9.5%) 등에 대한 수출은 호조인 데 비해 우리나라의 1, 2대 수출시장인 미국(0.2%), 일본(-0.2%) 시장은 여전히 저조해 양극화 현상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고 있는 수입도 문제다. 지난달 컬러TV와 승용차 수입이 각각 57.2%, 53.6% 늘어나는 등 소비재 수입은 10.1% 증가했으나 기업의 설비투자에 들어갈 자본재 수입은 23.4%나 줄었다. 산자부는 “국내 설비투자 위축과 경기둔화로 시설재 수입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고 수출부진으로 반도체, 전자부품 등 수출용 원부자재의 수입도 함께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 수출목표 달성할 수 있나=정부는 애초 올 수출목표를 지난해에 비해 10.8% 많은 1천9백10억달러로 잡고 무역수지 1백억달러 흑자를 기대했다.

올들어 4월까지의 무역흑자는 32억3천8백만달러로 지난해 동기(6억1천5백만달러)의 5배 이상에 이르는 등 무역흑자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출은 지난달까지 0.6% 감소한 5백24억8천7백만달러로 정부의 애초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상황이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 수출증가율을 당초 8.0%에서 2.4%로 크게 낮췄다. 산업연구원도 올 수출이 1천8백26억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6.0%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연구기관들은 이미 정부의 목표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2·4분기까지는 수출증가세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며 하반기에 미국·일본의 경기가 회복된다는 전제하에 우리 수출도 나아질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자부는 최근 수출부진이 지속되자 중국,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신흥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자동차부품, 플랜트 등 틈새상품의 마케팅에 주력하는 수출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일본의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준기기자 jk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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