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大스님 ‘미안…’李총재 ‘화색’ 金대표 ‘어색’

2001.05.01 19:07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 자민련 김종호(金宗鎬) 총재권한대행, 민주당 이인제(李仁濟)·김근태(金槿泰) 최고의원 등 여야 지도부가 1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날’ 봉축 법요식에 총출동했다.

특히 이총재는 이날 ‘단군이래 희대의 정치보복’ 발언으로 관계가 서먹해진 조계종 정대(正大) 총무원장과 발언 이후 처음으로 만나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전 9시30분쯤 김대행에 이어 조계사에 도착한 이총재는 총무원장실을 방문, 정대 스님과 반갑게 악수를 했다.

정대 스님은 먼저 “행사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수행하던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에게 “(우리는) 형제는 아니지만 집안이에요”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또 “미안합니다. 여러가지로…”라고 밝혀 그간의 일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어 도착한 김대표에게 정대 스님은 “그동안 바쁘신 것 같더라”고 인사했고, 김대표는 “인천의 산재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답했다. 정대 스님은 몰려든 기자들에게 “올해는 하도 구설수가 많아 입을 봉하기로 했어”라고 말하면서, 이총재에게 “사모님은 못나오셨나 봅니다”라고 거듭 관심을 표했다.

곧이어 김한길(金漢吉) 문화관광부 장관, 박상규(朴尙奎) 민주당 사무총장, 이인제 최고의원 등이 도착했다.

자리가 정돈된 뒤 이총재는 정대 스님에게 “4월 초파일에 많은 분들이 오시고, 좋습니다”라고 말하자 정대 스님은 “이총재가 오시니 다른 분들도 모두 오셨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어 정대 스님은 기자들을 향해 “아무말도 안했는데 기사를 쓰더라. 겁이 나서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하자 김대표 등은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후 여야 지도부는 자리를 옮겨 봉축식에 참석했으나 나란히 앉은 이총재와 김대표조차도 별다른 얘기는 나누지 않아 지난 밤 총리해임안 처리 파행으로 촉발된 여야 긴장국면을 반영했다.

조계종 총무원측은 이날 구설수에 휘말릴 가능성을 막기 위해 일부러 여야 지도부와 동시 접견을 했다.

한편 이총재는 이날 불교방송 개국 11주년 특별대담에서 정대 스님의 발언파문에 대한 심경을 묻는 질문을 받고 “아무렇지도 않았다면 거짓말이며,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고 운을 뗀 뒤 “그럴 분이 아닌데라고 생각했고 나중엔 나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인열기자 yiy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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