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北정책 ‘빈수레’ 예상

2001.06.01 20:00

미국이 조만간 내놓을 대북정책은 과연 어떠한 내용일까.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 한반도 문제를 지켜보는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제기하는 의문이다.

지난 3월 초 한·미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조지 W 부시 정권은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6월 초에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해왔다.

현재의 예상으로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곧 방미하는 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회담이 끝난 후 미국은 양국 외무장관의 성명형식으로 대북정책을 공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 국무부 주위에서는 6월 초 발표될 미국의 대북정책이 한국 정부의 기대처럼 구체적 관계개선 전략을 담은 ‘로드 맵(road map)’이 아니라 대북 협상원칙을 담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국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부시 행정부는 포괄적인 패키지 딜보다는 실질적 행동에 관심이 있다”면서 “페리보고서와 같은 관계개선안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미국은 이미 최근 열린 3자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대북 관계개선 원칙을 제시한 만큼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북·미 대사급 회담을 제의하는 정도가 사실상 미국이 내놓을 유일한 구체적 정책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하와이 TCOG 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에 ‘확실한 검증’과 ‘지나치게 유연하지 않은 상호주의’를 원칙으로 사실상 원점에서의 협상과 사안별 협상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관계개선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부시 정권의 기본입장이 담겨 있다. 예로 미사일 문제의 경우 전임 클린턴 행정부가 개발·생산·배치·수출 등을 묶어 타결을 시도했지만 부시 행정부는 사안별로 협상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부시 정권이 내놓을 대북정책안은 한국입장에서 소리만 요란했던 ‘빈깡통’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워싱턴의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가 6월 초 미국의 대북정책 발표에 지나친 기대를 갖기보다는 스스로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 결과를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한 한반도 전문가는 “남북대화가 잘 진행되면 부시 행정부로서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남북대화 부진 이유로 부시 정권의 대북 강경정책을 꼽기보다는 차라리 적극적인 남북대화 재개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워싱턴/이승철특파원 ls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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