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이너리그 ‘노숙자팀’ 밑바닥 야구인생

2001.08.09 19:56

미국 프로야구 애틀랜틱리그 소속의 리하이밸리 블랙다이아몬드팀의 경기 일정에는 홈경기가 없다. 연간 126경기를 모두 원정경기로 치른다. 지난해 구단이 파산한 이후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던 이들의 홈구장은 없어졌고 선수들은 5개월간의 긴 시즌 동안 털털거리는 버스를 타고 낯선 도시를 떠돌며 지낸다.

노숙자팀으로 불리는 블랙다이아몬드는 ‘눈물젖은 빵’으로 표현되는 미국 마이너리그팀중에서도 최악의 상황에 처한 구단이다. 모두 8개의 소속팀을 가진 애틀랜틱리그는 지난해 리하이밸리 구단이 파산한 뒤 구단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이들의 운영비와 선수연봉 등은 모두 리그에서 부담한다.

선수들은 지난 5월 시즌이 시작된 뒤 한번도 집에 가보지 못했다. 가족들이 직접 경기장으로 찾아오기 전에는 만날 수 없다. 3~4일마다 한번씩 허름한 호텔방을 바꿔가며 경기를 하는 이 팀에는 감독과 투수코치가 코칭스태프의 전부다. 트레이너조차 없어 이들은 자신의 부상 여부조차 알지 못하고 경기후 테이핑이나 아이싱도 선수가 직접해야 한다. 상대팀 트레이너가 경기 후 라커로 찾아와 잠깐씩 상태를 살펴보지만 형식적인 체크에 불과하다.

이들이 받는 보수는 월평균 1,000~1,200달러 수준. 식사대가 하루 18달러 나온다. 경기전 클럽하우스에서 먹는 식사는 땅콩버터 샌드위치가 고작이고 경기후 먹는 식사는 3달러씩 주급에서 공제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상대팀 구장 한쪽에 텐트를 치고 연습을 한다. 쉴틈없는 경기와 밤샘 이동, 낯선 침대에서의 휴식은 선수들을 한계상황으로 몰고간다.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산더미같은 빨래를 직접 빨래방으로 가져가 거의 하루분 일당을 소요해가며 세탁해야 한다. 올시즌 27승59패를 기록하고 있는 이들은 후반기들어 9승14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4개팀이 소속된 리그 남부조 3위에 올라있다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이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고립감이다. 홈구장이 없다는 것은 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도 있고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선수도 있지만 지금은 TV스포츠 뉴스나 신문기사에 단 한번 나와본 적이 없는 잊혀진 팀의 잊혀진 선수들이다.

메이저리그에는 2억5천만달러가 넘는 몸값을 가진 선수가 있다. 단 하루도 마이너리그 생활을 해본 적이 없이 화려하게 선수생활을 끝내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선수도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야구인생의 밑바닥에 도달한 이들에게는 영원히 갈 수 없는 ‘꿈의 무대’인지도 모른다.

<유신모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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