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출 ‘테러쇼크’ 소비재 된서리

2001.11.01 19:55

수출시장이 미국 테러사태라는 직격탄을 맞아 깊은 수렁에 빠졌다. 10월 수출은 9·11 테러사태 이후 그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지만 결국 마이너스 20%에 육박하는 감소율을 보이며 곤두박질쳤다. 자동차·가전·섬유를 비롯한 소비재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은 게 결정적이었다. 이 추세가 표면화될 11월 이후에는 수출여건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락에 떨어진 수출=수출이 좀처럼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장기 침체국면에 접어든 양상이다. 수출이 8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1998년 5~12월에 이어 두번째다.

감소폭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7월 사상 최대치인 마이너스 21%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에는 마이너스 17%로 감소폭이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다 이번달에는 마이너스 19.3%로 다시 벌어졌다.

수출이 최악인 상황에서 그나마 수입이 함께 줄어 무역수지 적자는 면했지만 수입도 속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향후 국내 경기와 수출시장을 좌우할 원자재는 전년 동기보다 18%나 줄었고 전자·통신, 기계류를 비롯한 자본재도 대부분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승용차·의류를 비롯한 소비재 수입은 2% 감소에 그쳤다.

◇피부에 와닿는 테러여파=수출 감소율이 커진 것은 10월 초 추석연휴 기간중 제조업체의 조업일수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미국 테러여파가 주된 요인이다. 9월 미국시장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0.1% 줄어든 것에 비해 10월엔 감소 폭이 32.4%로 대폭 확대된 것만 봐도 그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보기술(IT) 경기 부진으로 반도체와 PC가 수출 부진의 주범이었던 데 비해 10월에는 소비재 분야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소비심리에 민감한 가전제품 수출이 24.4% 줄었고 섬유(-29.5%), 생활용품(-25.4%)도 덩달아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며 된서리를 맞았다. 주력 수출품인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도 미국의 통상압력이 표면화된 뒤 좀처럼 맥을 못추는 상황이고 효자품목인 자동차는 대우자동차의 수출부진 탓에 전년 동기 대비 14%의 감소율을 기록하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연말엔 더 비관적=문제는 수출 부진이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사실 9~10월 수출은 테러 이전에 주문을 받은 물량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미국 테러 쇼크는 11월 이후가 더 문제다. 대표적인 소비재인 의류의 대미수출은 4·4분기 중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산자부는 내다봤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내년 상반기 수출을 당초 2% 증가로 예상했다가 최근에는 일제히 마이너스로 낮춰잡았다. LG경제연구원 김기성 박사는 “미국 테러쇼크의 골이 예상보다 훨씬 깊은 것 같다”면서 “IT 수출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고 소비재 수출부진이 계속될 수밖에 없어 내년 상반기에도 10%의 수출 감소는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문규기자 park00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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