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입니다…”아프간 카불TV 방송재개

2001.11.19 20:33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 모두가 무사하길 바랍니다. 테러리즘과 탈레반을 물리치고 다시 방송을 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지난 18일 저녁 6시. 5년만에 TV 방송이 재개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은 들뜬 표정이었다. 현재 제작중인 방송은 3시간짜리 종합프로그램 단 하나. 코란을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 음악과 만화, 인터뷰, 뉴스 등이 다리어와 파슈툰어로 진행됐다.

이 프로그램의 공동진행자인 16살 소녀 마리암 샤케바르는 달라진 카불의 또 하나의 상징. 탈레반의 여성 취업금지로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지 5년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선 것이다. 그것도 탈레반 정권하에서라면 엄벌의 대상이 될 만한 간단한 히잡(머리쓰개) 차림이었다. 당시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11살 소녀는 이젠 제법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프로그램 앞머리 주요뉴스를 간략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후마욘 라위 카불TV 국장은 “남성과 여성이 나란히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오늘은 아주 감격적인 날”이라고 평했다.

1996년 카불에 입성한 탈레반은 이슬람교 가르침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텔레비전 방송을 금지해왔다. 극소수 부유층들은 개인용 위성 안테나를 설치해 외국 프로그램을 시청했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텔레비전 수신기는 찬장이나 벽장 속에 틀어박힌 채 먼지만 쓰고 있었다. 탈레반 정권이 허락한 라디오 방송은 그나마 이슬람 기도와 금식, 교리에 관한 설명과 탈레반 정권에 대한 선전뿐이었다. 지난 13일 탈레반 퇴각 후부터 카불 TV방송국 엔지니어들은 방송을 재개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앞으로 다양한 종일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송신망을 늘릴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밝히고 있다.

〈송현숙기자 song@kyung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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