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쇼크’ 떨고있는 강호들

2002.06.01 18:12

‘나 떨고 있니’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전에서 최강 프랑스를 희생의 제물로 삼으며 불어닥친 검은 바람에 전통의 강호들이 긴장하고 있다. 공은 둥글다는 평범하면서도 두려운 진실을 새삼 실감하면서, 행여 조그만 틈새라도 있을까 부랴부랴 막바지 집안단속에 나서고 있다.

영원한 우승후보 삼바군단은 프랑스의 패배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3일 터키와의 일전을 앞두고 마음 속으로 낙관하며 느긋해 하던 태도도 달라졌다. 막바지 전술훈련으로 진행된 1일 오후 훈련에서는 평소처럼 여유있는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터키가 48년만에 월드컵 무대를 밟았지만 1999~2000시즌 갈라타사라이가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정복한 데 이어 대표팀이 유로2000 8강에 오르는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떠오르는 강국인 까닭이다.

특히 세계적 스트라이커 하칸 수쿠르(파르마) 등 유럽의 빅리그에서 뛰는 해외파가 13명. 이들은 “브라질 선수들과 유럽리그에서 많이 마주쳐 싸워본 결과 기술과 힘에서 대등하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반면 브라질은 팀의 간판 호나우두와 히바우두 투톱이 아직 전성기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일본 입성 이후 부상자가 속출한 데다 첫판에서 주최국 일본을 만난 벨기에는 아예 16강이 확정될 때까지 선수들에게 성관계 금지령을 내렸다. 또 혹시 모를 우천에 대비해 사이타마 경기장과 같은 조건의 잔디에 물을 뿌리고 연습을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와세주 감독은 프랑스가 덜미를 잡히는 것을 보고 “우리도 약팀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며 “선수들은 여자 없는 삶도 이겨나가야 하며 프로선수라면 일에 100%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개막전에서 카메룬에 충격의 패배를 당했던 아르헨티나는 프랑스의 개막전 패배에 다시 그때의 악몽을 떠올리는 분위기다. 더구나 2일 첫판에서 검은대륙의 선봉 나이지리아를 만난 것도 부담스럽다. 잉글랜드, 스웨덴 등 죽음의 조 F조에 속한 탓에 자칫 패배는 16강 탈락의 빌미가 될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

지네딘 지단의 공백처럼 팀의 간판 골잡이 필리포 인자기가 부상으로 빠진 이탈리아의 사정도 마찬가지. 3일 에콰도르전에 인차기 대신 프란체스코 토티를 투입하면서 당초 공격적인 변형 3·4·3 전형에서 4·4·2로 수비를 보강했다. 전통적인 ‘가데나치오(빗장수비)’에다 한번 더 장막을 친 것이다.

최근 훈련 도중 스트라이커 모리엔테스가 부상을 입어 첫 경기에 결장한 스페인도 2일 슬로베니아와의 첫 경기를 위해 수비를 보강하는 고육책을 택했다. 슬로베니아가 유럽축구의 1류는 아니지만 힘과 조직력이 좋아 당초 변형 4·3·3 전형에서 보다 안정적인 변형 4·4·2 전형으로 변경했다. 포르투갈도 “남의 일이 아니다”라면서 ‘미국전 대승’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반면 약체들은 세네갈의 선전에 한껏 고무된 모습. 5일 포르투갈과의 일전을 앞둔 미국팀 관계자는 “후반 세네갈이 거의 공을 발에 대지도 못했지만 승자는 그들이었고 이것이 축구다”라며 둥근 공의 마술을 강조했다. 브라질과 맞선 터키 선수들은 아예 이변을 예측했다는 듯한 분위기. 10여명이 참가한 전날 내기에서 4명이 세네갈 승리에 돈을 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세네갈은 강자들에게는 신중함을, 약자들에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셈. 결과적으로 세네갈의 선전이 강자들이 방심의 허를 추스르는 계기로 나타나지는 않을까.

〈울산/김광호기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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