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김치名家’종가집 김치

2002.09.01 18:11

한국의 고유음식인 김치는 올해 월드컵축구경기를 계기로 수출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수출만이 아니라 김치를 직접 만들어먹는 집이 줄어들면서 국내 공장김치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김치는 이래저래 주요 산업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강원도 횡성 (주)두산의 ‘종가집’ 김치 공장에 가면 한여름에 가장 활발히 돌아가는 산업현장의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1만평에 이르는 공장에 들어서면 트럭 가득 쌓인 배추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5t트럭에 배추를 차곡차곡 쌓으면 3,000포기. 종가집 김치의 하루 생산량은 80t으로 5t트럭 16대 분량이니 하루 5만여포기가 포장김치로 출하되는 것이다. 아삭아삭한 포기김치, 알싸한 총각김치, 식은 밥에 물말아 먹으면 더욱 감칠맛 나는 갓김치에 이르기까지 반만년 한국인의 밥상에 올라온 김치란 김치는 모두 생산하고 있는 것. 손영식 공장지원팀장은 “한국인의 1일 김치소비량은 80~90g정도로 하루 1백만명이 횡성공장의 김치를 먹고 있는 셈”이라며 “지난 7월엔 공장 설립 이래 최대 물량인 350t, 1백50억원어치를 수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치라면 역시 어머니의 손끝 정성이 담긴 그 맛이 최고가 아닐까. 고향마다 집집마다 만드는 방식이나 입맛이 천차만별인 김치를 한곳에서 대량 생산해 어떻게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고, 나아가 자동화·표준화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2층 김치연구소에서 유리창으로 생산공장을 내려다보면서 이 의문이 풀렸다. 배추 한포기 한포기가 자동으로 4등분되더니 커다란 절임통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하루동안 숨죽은 배추들은 3차례에 걸쳐 자동 세척되고 혹시 모를 잔류농약을 없애기 위해 다시 한번 사람 손을 거쳐 깨끗하게 씻겨진다. 한쪽에서는 무·파·마늘 등이 자동으로 씻기고 썰리더니 고춧가루와 새우젓 등 13가지 재료와 맛깔스럽게 버무려지고 있다.

생산을 기계화한다 해도 배추 속을 넣는 작업만은 손으로 해야 했다. 40~50대 주부 사원들이 배추잎 한장 한장을 넘겨가며 맛깔스럽게 속을 넣고 있었다. 올해로 11년째라는 엄미순씨(47)는 “우리집 식구들이 먹는 김치라고 생각하면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진공 포장된 김치는 1주일간 저온 냉장고에서 맛좋은 김치로 익는다”고 말했다.

종가집 김치가 국내 포장김치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은 또 있었다. 종가집 김치는 100% 순우리 농산물만을 사용하는데 4계절 품질 좋은 배추에다 고춧가루는 경북 영양의 태양초를 쓴다. 젓갈은 목포에서 잡은 생새우와 남해에서 잡은 멸치를 1년반 이상 저온 숙성시킨다. 또한 안면도 천일염전에서 생산한 소금을 사용한다.

1987년 생산을 시작한 종가집 김치는 88년 일본에 첫 수출했고 국내 최초로 김치 KS마크를 받았다. 무엇보다 전통 재래음식인 김치를 과학화, 표준화했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최중훈 생산팀장은 “18도이하 온도에서 저염으로 절여 0~4도의 저온 숙성고에서 알맞게 익히는 방식은 물론 김장독 효과가 있는 포장재를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자랑했다.

(주)두산의 김치 매출액은 매년 35%씩 커지고 있어 지난해 8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종가집 김치는 올해 1천1백억원어치를 팔 것으로 보인다. 수출시장도 밝아 종가집 김치는 일본을 비롯해 미국, 중국, 홍콩 등에 나가는 물량은 지난해보다 36% 가량 늘릴 계획이다. 수해와 태풍 피해로 농산물의 값이 3배 이상 뛰었지만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올리지는 않겠다는 종가집 김치. 종가집의 엄격함과 정갈함이 ‘종가집 김치’의 손맛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정유미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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