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모금 물…’ 궁지몰린 檢

2002.11.01 18:21

‘피의자 사망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 감찰부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수사관들의 가혹행위 확인에 이어 물고문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물고문 의혹이 아직까지는 살인 용의자와 참고인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지만 관련 정황들이 조금씩 나오면서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경향신문 취재결과 최초 검안의사도 조씨의 목에서 ‘한모금 정도’의 물이 나왔다고 밝히고 나섬에 따라 사태는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충격에 휩싸인 검찰=물고문 의혹이 제기된 1일 검찰은 “설마 물고문까지 했겠느냐”고 반신반의하면서도 사태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특히 감찰조사결과 수사관들의 구타행위가 적나라하게 밝혀진 만큼 물고문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검찰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31일 밤과 1일 오전 물고문 의혹 보도를 접한 검찰 수뇌부는 긴급회의 등을 갖고 감찰팀에 정확한 진상 규명을 지시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대검의 한 고위간부는 “구타는 몰라도 물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진위여부를 떠나 물고문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검찰로선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물고문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지가 10년이 훨씬 넘었다”며 “수사관들의 구타행위가 지나치게 가혹해 그런 상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특조실 구조나 상황으로 볼 때 절대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물고문 의혹까지 겹치면서 수사지휘 라인에 대한 인책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물고문 의혹까지 사실로 드러나고 조씨의 사인이 구타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 검찰 수뇌부가 설자리가 없어지지 않겠느냐”며 “상황에 따라서는 수사결과가 서울지검 3차장, 서울지검장, 검찰총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물고문 사실일까=검찰은 이날 “얼굴에 수건을 씌운 뒤 물을 부었다”며 물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한 살인사건 공범인 박대진씨(28)와 ‘구타 수사관’ 3명을 불러 물고문 여부에 대해 조사했다. 또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물고문 협박을 제기한 참고인 박모씨(22)도 소환·조사하려 했으나 출석을 거부하는 바람에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살인사건의 또 다른 공범인 장모씨와 정모씨를 상대로 가혹행위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들로부터 ‘폭행은 당했으나 물고문은 없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김형기기자 hg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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