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검역’ 답답한 인천공항

2003.04.01 18:52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괴질이 통과할 수 있는 인천 국제공항은 긴장감이 팽배하면서도 정작 뚜렷한 방역대책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1일 오후 2시쯤 인천공항 입국장 12번 게이트 앞에 홍콩발 아시아나항공 비행기가 도착하자 인천공항검역소 직원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들은 모두 ‘괴질 예방’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얼굴에는 마스크를 쓴 채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리자 검역질문서를 받기 시작했다. 이날 검역대는 개항 이후 처음으로 게이트 바로 앞까지 전진 배치됐다.

검역소 직원들은 고열·기침·호흡곤란 등 괴질의 징후를 보이는 승객을 찾아내 체온을 잰 뒤 체온이 38.5도가 넘으면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괴질이 전세계로 급속도로 확산되자 인천공항 방역당국도 열흘 전부터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검역관들을 10명에서 16명으로 늘렸고, 홍콩·싱가포르·하노이 등에 국한됐던 검역질문서 접수 대상을 중국 전지역으로 확대했다.

또 입국장 곳곳에 포스터와 안내문을 붙이고 영어와 중국어로 된 괴질 증상 안내전단 15만장을 긴급 제작, 배포하기 시작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도 동물을 통한 감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천공항을 통해 매주 100여마리씩 들어오는 중국산 애완견 페키니스에 대해 차염소산나트륨을 뿌리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이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괴질을 막는 데 과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승객들은 기초적인 예방활동인 검역질문서조차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항공기 등에 대한 방역활동은 진행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출국자들에 대한 예방대책 홍보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역소의 한 직원은 “괴질에 대한 예방법이 아직 밝혀지지 않아 승객들에게 이상 여부에 대해 질문서를 받아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는 승객을 가리는 게 방역활동의 전부”라며 “이같은 활동이 과연 괴질의 국내 침투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대광기자 ilovei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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