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소비·투자 ‘해빙효과’는 미지수

2003.05.01 18:20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이달 중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예금생활자들과 대출받은 사람들 사이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아울러 이번 금리인하가 신용불량자 급증세와 중소기업 자금난을 얼마나 완화시키면서 소기의 목적인 ‘투자·소비의 증가’를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금자 수입을 대출자에게 넘겨주는 꼴’=지난 3월말 현재 은행권의 예금(금융채 포함) 잔액은 5백77조원이고 대출 잔액은 4백47조원에 달한다. 정부와 한국은행 안팎에서 예상하는 콜금리 인하폭은 0.25%포인트. 한은 관계자는 “확실한 경기부양을 위해 0.5%포인트 올리자는 주장도 있으나 오히려 추가적으로 금리가 인하될 여지를 남겨둬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0.25%포인트 인하가 그대로 반영되면 예금 이자는 연간 1조4천4백억원, 대출 이자는 1조1천1백억원 감소한다.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황에서 퇴직자 등 이자생활자들은 “우리 돈을 빼앗아 대출자들에게 주는 셈”이라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자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위축이라는 또다른 부작용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출자 혜택, 실제는 크지 않을 수도=더욱이 은행들은 속성상 콜금리 인하 후 예금금리는 대폭 낮추되 대출금리는 천천히, 또는 소폭씩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해 6월 이후 지난 3월까지 예금 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4.80%에서 4.30%로 0.50%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대출 평균금리는 6.71%에서 6.48%로 예금금리 하락폭의 절반(0.23%포인트) 정도 떨어지는 데 그쳤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1·4분기(1~3월)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어서 은행들은 당연히 예금·대출간 이자 마진을 더욱 늘리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출 이자 경감규모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과 신용불량자들은 이자부담이 얼마간 줄어 자금난을 덜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도 신용도가 아주 나쁜 계층은 최근 은행과 카드사들이 신용도에 따른 가산금리를 대출 이자나 카드 수수료에 얹고 있다는 점에서 혜택의 폭이 작을 수 있다.

◇소비·투자 부양효과는=이처럼 금융부문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크지 않은 가운데 그동안 빠르게 위축돼온 소비·투자를 떠받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적지않다. LG경제연구원은 “콜금리를 1% 내릴 경우 소비가 0.15% 증가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예상대로 콜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되는 데 머물 때는 소비증가 효과는 0.04% 정도로 줄어든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금리가 이미 충분히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투자의욕을 되살리는 데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유보 등이 오히려 더 효과적일 정도”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한은은 “정책당국이 이번 인하로 경기침체를 방치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투자·소비심리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권석천기자 milad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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