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梁실장 향응몰카’ 누가 기획했나

2003.08.01 22:38

청와대 양길승(梁吉承) 제1부속실장의 술자리 행적이 ‘몰래카메라’로 촬영돼 방송국에 제공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음모론’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누가 어떤 의도로 양실장의 뒤를 쫓아가며 세세하게 행적을 비디오에 담고, 언론사에 제공했는지는 양실장 향응 논란과는 별개로 사건의 최대 관심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적 음모론=지난달 31일 SBS TV 8시 뉴스에 방영된 비디오테이프는 시종 초점을 양실장에게 맞추고 있어 ‘기획 촬영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청주 도착부터 1박2일간의 행적이 낱낱이 촬영된 게 사실이라면 양실장은 누군가가 쳐놓은 덫에 고스란히 걸려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누가, 무슨 의도로 이를 촬영해 언론사에 전달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추측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청주 현지의 알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 경선당시 ‘이인제 대세론’이 지배적이었던 이 지역에서 ‘반노(反盧)’ 감정을 갖고 있는 지방 정치세력이 양실장을 타깃으로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민주당 충북도지부 오원배 부지부장이 지난해 반대여론을 뿌리친 채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고, 내년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데 대해 반감을 품은 정치적 경쟁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오부지부장은 1일 “나를 음해하려는 일부 세력들이 이번 일을 꾸민 것으로 보인다” “내가 타깃인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내 특정인맥의 개입설도 내놓고 있다. 8월 청와대 개편을 앞두고 영향력이 막강해진 민정라인의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과 이호철(李鎬喆) 민정1비서관 등 이른바 ‘부산 사단’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 투쟁설은 위험부담이 너무 큰 데다 노대통령이 직접 타격을 입는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희생양론=또 다른 추측으로는 술자리가 벌어진 ㅋ나이트클럽 소유주인 이모 사장에 대해 유흥업계내 이씨 반대세력의 견제설이다.

올초부터 조세포탈과 미성년자 윤락혐의 등으로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씨를 겨냥, 양실장과의 술자리 회동을 수사 청탁으로 몰아붙여 이씨에 대한 수사 압력을 차단하고, 답보상태인 수사를 급진전시키려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각도로 조망하면 이씨측이 구명 청탁을 위해 스스로 촬영한 것이 아니냐는 추론도 있다. 검·경의 수사가 좁혀지고 있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양실장에게 자신의 문제에 대한 청탁을 위해 ‘협박용’으로 촬영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핵심인사 4명만 참석한 문제의 나이트클럽 앞에 미리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놓고 기다렸다는 것은 양실장의 동선(動線)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나온 시각이다.

그러나 술자리가 있은 지 불과 1주일 만에 언론사 제보가 이뤄진 사실에 비춰볼 때 이씨측이 양실장과 ‘협상’을 해보지도 않고 테이프를 돌렸겠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박래용기자 le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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