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보관자 더 있을것”…국정원 前고위관계자

2005.08.01 07:24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도청 녹취 테이프를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전 미림팀장 공운영씨 외에도 더 있을 것이라는 전직 국가정보원 고위 관계자의 진술이 나왔다. 이번에 터진 불법도청 녹취록에 버금가는 제2, 제3의 ‘X파일’이 존재하며, 상황에 따라 이것들이 추가 폭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정원 전직 고위 관계자 ㄱ씨는 31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공씨 외에 다른 사람도 (녹취 테이프를) 갖고 있을 것”이라며 “부당 인사에 불이익을 당한 전직 요원들이 불만을 품은 채 공씨와 같은 일을 모색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 불안이 있었고, 인간이라면 자기 보호를 위해 방어수단을 마련하게 된다”며 “공씨도 그런 차원에서 자료를 유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공씨와 당시 인접한 사무실에서 근무해 공씨가 속한 안기부 특수도청팀인 ‘미림팀’의 실체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며 “1998년 ‘국민의 정부’ 들어 공씨 등과 함께 강제 해직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검찰의 도청자료 공개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로 등을 통해 그 내용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X파일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자해 소동을 벌여 입원 중인 공씨를 상대로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공씨를 치료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의 윤유석 교수는 “공씨의 상태가 호전돼 2일쯤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 27일 실시한 CT촬영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심경도 많이 안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박인회씨(구속)로부터 안기부 도청자료를 넘겨받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에게 1일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검찰은 이기자가 출석하면 지난해 12월 박씨로부터 홍석현 주미대사와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간의 대화가 담긴 도청테이프를 입수해 보도하기까지의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오정소 전 안기부 1차장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불러 미림팀 재조직 등에 대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정원은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X파일과 관련한 국정원 자체 조사결과를 중간 보고한다. 김승규 국정원장이 직접 출석, 보고하게 될 사안에는 지난달 하순 이후 공운영 전 미림팀장을 비롯한 전·현직 직원들에 대한 조사결과가 중심을 이루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특히 지난달 26일 공씨가 자해를 하기 직전 공개한 자술서와 이건모 전 감찰실장 해명서 등의 진위에 대한 조사결과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여러 사람들의 진술 및 정황을 감안, 종합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언론 등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은 모두 확인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호·선근형·장관순기자 ssun@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