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고·댓글정치’ 허와 실

2005.12.01 18:18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기고한 한편의 글은 ‘기고 정치’의 가능성과 우려를 동시에 보여줬다. 바로 ‘줄기세포 언론보도에 대한 여론을 보며’라는 글이다. 다음, 네이버 등 주요 포털들에는 하루밤새 2만여건이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왜 두둔하고 나서느냐”는 예상밖의 상황으로 흐르며 노대통령의 글은 논란을 더욱 가열시키는 촉매로 작용했다.

청와대 ‘기고·댓글정치’ 허와 실

인터넷 정치의 시대다. 선봉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가 섰다. 지난 10월 초 청와대 홈페이지를 개편, 참모들의 개인 블로그를 개설해 직접 공론 조성에 나서면서다.

청와대의 정책과 일상이 미디어의 프리즘을 통해 전달되던 것이 이젠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동시에 뜬다. 청와대는 최근 접속자수의 제한성을 감안, ‘파란 닷컴’에 청와대 섹션을 마련하는 등 청와대 울타리를 넘어 포털들로도 진출한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의 시도는 아직 ‘성공’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초 집권자의 배타적 권한이던 정책결정을 열린 장으로 끄집어내 공론을 형성한다는 의도에는 미치지 못한 때문이다. 반면 일부 ‘언론 논쟁’과 ‘댓글 혼선’ 등 부작용도 노출됐다.

당장 홈페이지 개편후 두달간 ‘청와대 브리핑’과 ‘청와대 사람들’ 등 직접정치의 마당에 뜬 글은 법석에 비해 많지는 않다. 대략 90건.

그나마 보도자료 성격이 강한 20여건을 빼면 70건 정도다. 하루 2건꼴. 특히 조기숙 홍보수석 혼자서 16건을 쓴 반면 대부분 2~3건에 머문 것을 감안하면 아직 청와대 내부에서도 소극적인 상황이다.

그나마 일부 성공의 싹을 보인 것들도 있었다. 사법개혁추진위의 뒷이야기를 잔잔히 전한 ‘사법개혁 리포트’ 시리즈는 멀게만 느껴지던 법률정책을 가깝게 전달했다는 평가다.

구속·불구속의 합리적 기준 마련을 제안한 ‘구속과 기소에 관한 딜레마’와 부동산 시장 안정의지를 재차 강조한 ‘참여정부는 8·31 정책의 성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등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데서 벗어나 소통과 공론이라는 의도를 잘 구현한 사례들로 평가된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애국에 관한 단상’은 노대통령이 “이 소설, 가만둘건가요”라는 댓글을 단 것도 있지만, 개인적 해명을 본인의 표현처럼 ‘사족’으로 달면서 ‘언론정책’ 논쟁으로 번졌다.

결국 노대통령의 댓글과 조수석의 답글은 내려졌다. ‘대통령에 대한 5가지 오해와 대통령의 5가지 오해’는 업무 영역과 맞지 않는 ‘홍보성’ 글이 되면서 “한가한 글쓰기”라는 쓴소리도 쏟아졌다. 또 ‘인사는 출신지역보다 능력이 우선’ ‘취재원도 최소한의 자위권은 있다’ ‘이낙연 의원님께’ 등 제기된 비판에 대한 해명에 머문 것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노대통령이 최근 한달여간 40건이 넘게 지속적으로 달고 있는 ‘댓글 정치’는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공무원 격려를 위해 간단하게 언급한 것이지만 일반인과 달리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댓글 문화속에서 대통령의 명의 도용 등 불필요한 혼선도 발생했다.

국민대 목진휴 교수(정치학)는 “인터넷은 접근계층이 한정돼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짧다. 순간적으로 폭발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며 “권위주의 탈피가 아니라 권위상실로 왜곡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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