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강행… “국민 통제 강화” 논란

2010.09.01 19:42 입력 2010.09.02 00:30 수정

통과 땐 모든 휴대폰·기업정보 ‘상시 감청’

통신사업자도 감청장비 구축비용 부담에 불만

정부와 한나라당이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을 통해 휴대전화 등 모든 전기통신장비에 대한 감청을 합법화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에 대한 사실상의 ‘상시 감청 체계’가 마련되는 셈이어서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한나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지난달 31일 “당정협의 논의 결과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통비법 15조를 바꿔 모든 전기통신장비에 대한 감청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현행 통비법 15조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정보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의 요청에 따라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협조하게 돼 있다. 통신사의 기술력 문제로 현재는 송수신자의 전화번호와 통화 위치 등 통화내역 수준의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감청 설비를 갖추고 상시 감청체계를 유지하도록 했다. 예컨대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모든 가입자의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을 항상 감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법안이 개정되면 감청 대상이 모든 휴대전화 사용자들로 확대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수사 편의성은 높아진다. 통신사에 자료협조만 요청하면 개인간 통화내역은 물론 특정인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휴대전화 사용자들에겐 이 같은 조항이 ‘재앙’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주고받는 개인정보량은 휴대전화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기 때문이다.

트위터나 메신저는 물론 e메일, 금융거래, 의료서비스 등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분야까지 스마트폰 응용범위는 확대되는 추세다.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대기업들은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오피스’ 시범운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모바일 오피스를 통해 오가는 기업정보도 상시 감청대상에 오른다. 마음만 먹으면 통신업체들이 다른 기업의 업무 관련 주요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상시 감청을 통해 수집된 개인·기업 정보가 유출되거나 불법적으로 열람될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신업체들도 개정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상시 감청문제로 인한 고객과의 마찰이 불 보듯 뻔한데다 개정안에서는 감청 장비 구축과 유지에 들어가는 예산 일부를 통신사업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진보네트워크 오병일 활동가는 “통신기술은 갈수록 많은 개인정보가 유통되도록 발전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늘어나는 개인정보를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국가가 통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법안까지 ‘개악’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