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30일 처음 공개한 김정은의 모습을 보면 차기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본격화됐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김정은의 인민복 차림이다.
이번 당대표자회 참석자 가운데 인민복을 착용한 사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단 두명뿐이고 나머지는 양복에 넥타이를 맨 정장이거나 군복 차림이었다.
인민복은 원래 고 김일성 주석이 착용하기 시작해 북한에 널리 퍼졌다. 김 주석이 옛 중국식 편의복인 인민복을 즐겨입자 1970년대까지는 주민들도 많이 착용했지만 요즘은 김정일 위원장이 애용해 `트레이드 마크'처럼 됐다.
따라서 김정은의 인민복은 자연스럽게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을 떠올리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지도자 이미지를 은연중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풀이된다.
이번에 김정은 모습을 공개한 노동신문 사진이나 조선중앙TV 화면 속의 김 위원장은 늘 입던대로 카키색 인민복 차림이었다.
반면 김정은은 짙은 잿빛의 인민복을 입어 김 위원장과 구분이 되도록 했다. 아직은 김 위원장이 건재하지만 장차 자신에게 권력이 넘어올 것임을 암시하는 듯한 `색상 차별화'로 풀이됐다.
김정은의 외양에서 김일성 주석의 청년 시절 인상이 풍기는 것도 우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사진 속 김정은은 젊은 시절의 김 주석처럼 비교적 크고 단단한 몸집에 머리칼을 뒤로 쓸어넘겼는데,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내정된 직후부터 상당 기간 아버지와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다시 말해 북한 내에서 절대적 권위를 갖는 김일성 주석의 `후광'을 권력 승계에 활용하려는 계산이라는 얘기다.
과거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나섰을 때 북한은 김 위원장의 뛰어난 자질을 소개하면서 권력세습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유독 혈통에 기대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북한에서 아직 카리스마가 통하는 김 주석의 풍모를 연상시킴으로써 주민들이 김정은을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읽혀진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베일에 싸였던 김정은을 김 주석의 `판박이'로 포장해 전격 공개한 것도, 3대 세습에 대한 외부의 비난과 내부의 동요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주석의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김정은이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이는데, 주민들에게 `새로운 김일성'으로 각인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김정은의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된 만큼 김정은의 존재감을 알리는 개인숭배 작업이 매우 빠르고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