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새 정부에 부담 안 주려 권력 진공기 택해 ‘한 방에 떨이’

2013.01.17 22:12 입력 2013.01.17 23:21 수정

4대강 사업 감사 결과 발표

감사원이 17일 4대강 감사 결과를 공개한 것은 정치적 파장이 가장 작은 ‘정권 교체기’를 택해 민감한 사안을 털어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제기된 무수한 의혹들에 대한 확인을 끝까지 미루다 한꺼번에 털어낸 것이다. 당장 2011년 1차 감사 당시 “홍수 예방과 가뭄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평가했던 것과는 정반대 결과를 내놨다. 새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넘기지 않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22조원의 혈세를 낭비한 책임을 철저히 따져묻기가 어렵게 됐다.

4대강 감사 결과가 ‘총체적 부실’로 결론나면서 청와대와 감사원은 처리에 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논의 끝에 새 정부 출범 전에 털고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4대강 부실이 새 정부에서 공개될 경우 그 정치적·사회적 책임도 고스란히 박근혜 정부가 승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도중이면 중단할 수도, 계속할 수도 없을 텐데 끝난 게 다행”(새누리당 관계자)이란 전언이 단적이다. 자칫 정권 초반 사회적 논란과 신·구 정권 갈등의 뇌관이 될 여권의 ‘앓던 이’를 제거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로서도 새 정부에 이목과 기대감이 쏠리는 동안 골치 아픈 현안을 털어낸다는 장점이 있다. 당분간 인책론과 책임론이 제기된다 하더라도 현 정부 임기 내이기 때문에 비교적 피해를 덜 볼 수 있다. 지금으로선 야당과 시민단체의 거센 비판은 있겠지만, 정치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을 물을 주체도 대상도 마땅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실제 감사원은 이날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업자들과 결탁한 전산위탁업체 직원 등 하급 관계자 12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는 데 그쳤다. 국고 낭비의 근원적 책임과 인책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정권 교체기라는 일종의 권력 진공기에 신·구 정권과 관료 조직이란 관련 축들의 이해가 모두 맞아떨어져 밀린 숙제를 하나 밀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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