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민 삶 개선시켜 인정받아…윤석열, 빨리 실체 보여라”

2021.06.19 06:00 입력 2021.06.19 14:13 수정

이재명 경기지사 인터뷰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4일 경기도청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웃고 있다. 왼쪽 가슴에 명찰을 달았다.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이준헌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4일 경기도청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웃고 있다. 왼쪽 가슴에 명찰을 달았다.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이준헌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57·이하 호칭 생략)는 오랫동안 “변방의 장수”(본인 표현)였다. 경기 성남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시민운동을 했다. 국회의원이 아닌 기초단체장(성남시장)으로 정치적 커리어를 시작했다. 소속 정당보다 개인적 리더십을 토대로 신뢰 자산을 쌓았다.

‘언더도그(underdog·약세 후보)’이던 그가 어느 날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1등’으로 올라섰다. 선두를 꾸준히 지키고 있지만, 딜레마는 여전하다. 도전자 이미지로 지지를 얻었으되, 1등은 그럴 수 없다. 여론조사에선 정권교체론이 정권유지론을 앞선다. 지난 14일 경기도청에서 이재명을 만났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국민들께서 저를 조금이나마 인정하는 까닭은 단순하다고 생각해요. 성남시장 맡긴 건 작은 텃밭에 호미로 농사짓게 한 건데 ‘성과가 나네? 내 삶에 도움이 되네?’ 하신 거죠. 조금 더 큰 밭(경기도)에 괭이를 맡겨서 해봤더니 ‘그것도 좀 하네? 그럼 이제 평야(한국)를 트랙터로 맡겨볼까?’ 하는 분들이 계시는 거잖아요. 지키기 어려운 환상적 약속을 던진다면 오히려 신뢰가 깎일 것 같습니다.”

이재명은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하 호칭 생략)과 관련해 “국민의 일을 대신할 의사가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면 국민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판단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의 행보를 ‘포장지 정치’로 지칭하며 “본인에게 유리한 점만, 그것도 간접적으로 보여준 다음 문제가 생기면 다른 포장지를 또 보여준다. ‘10원’ 발언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윤 전 총장이 ‘장모가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것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가 와전됐다고 해명한 일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정치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고, 행정은 만들어진 길을 잘 가게 하는 것이고, 사법은 그 대열에서 이탈하거나 대열을 방해하는 걸 제재하는 일”이라며 “(윤 전 총장은) 여러 국가 기능 중 과거지향적 ‘제재’로 평생을 산 분이기 때문에 새로 배워야 할 게 많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 대선 후보 경선 연기론에 대해선 “원칙과 약속을 쉽게 어기는 당을 국민이 무슨 수로 믿겠느냐”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뜻밖에 이재명은 ‘튀지’ 않았다.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글도 “참모들의 검열”을 받는다고 했다. 변방의 장수는 ‘모범답안’을 말했다.

이재명의 ‘공정’이란
규칙을 지키면서 손해보지 않고
어기면 이익을 볼 수 없는 구조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이재명의 왼쪽 가슴에는 명찰이 달려 있다. ‘도지사 이재명’이라고 씌어 있다. 경기도청 공무원들은 모두 명찰을 단다. “민원인들이 공무원들을 가장 겁먹게 하는 언사가 ‘당신 이름 뭐야?’ ‘관등 성명을 대라’ 거든요. 책임감을 요구하는 거죠. 성남시장 때부터 책임행정 차원에서 명찰 달자고 했어요. 처음에는 반발이 많았죠. 제가 먼저 달기 시작했더니 요즘엔 대부분 달고 다닙니다.”

- 대선 출마 선언 시점을 결정했습니까.

“아직 고민 중입니다.”

- 대통령이 되면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요.

“제가 꿈꾸는 나라는 언제나 그랬는데 공정한 세상입니다. 저 자신이 불공정한 세상에서 상당히 많이 피해를 봤던 게 사실이고, 우리 주변 사람들 모두 불공정성에 의해서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제한당한 것들을 직접 목격했으니까요.”

이재명은 경북 안동 출신이다. 가난한 집안의 5남2녀 중 다섯째였다. 초등학교 졸업 후 가족 모두 경기 성남으로 이주했다. 학교는 더 이상 다니지 못했다. 열두 살에 소년공이 됐다. 야구 글러브를 만드는 공장에서 기계식 프레스로 쇠가죽을 절단하는 작업을 했다. 어느 날 프레스에 왼쪽 팔뚝이 찍혔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왼쪽 팔이 심하게 휘었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 수 없게 됐다. 장애 판정(6급)을 받았다. 다른 공장에선 구타에 시달렸다. 이렇게 살 순 없다고 생각했다. 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중앙대 법대에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대학에 들어갈 땐 ‘잘 먹고 잘 사는’ 게 꿈이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삶을 통째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뒤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도구로 변호사를 택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맨 왼쪽)의 소년공 시절. 동료 형들과 첫 야유회를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이재명 지사 측 제공

이재명 경기지사(맨 왼쪽)의 소년공 시절. 동료 형들과 첫 야유회를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이재명 지사 측 제공

- ‘이재명의 공정’은 어떤 개념인가요.

“가장 중요한 건, 합의한 규칙을 지키면서 손해보지 않고, 합의한 규칙을 어기면서 이익을 볼 수 없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감성적으로 얘기한다면, 억울한 사람이 최소화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공정성이 담보되는 사회는 흥했고, 공정성이 훼손된 체제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인간이란 언제나 자기 욕망을 추구하지요. 그 자체를 비난할 순 없습니다. 다만 이것을 무질서하게 방치하면 약육강식이 벌어지잖아요. 적절히 통제해서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어 잘 지켜내는 것이 공직의 핵심 역할이라 봅니다.”

- 20~30대가 특히 공정에 대한 갈망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도 공정 이슈와 직결될 걸로 봅니까.

“그렇습니다. 청년들의 분노와 절망감은 공정성에 대한 열망의 반영입니다. 우리가 살던 시대는 고도성장기였기 때문에 기회가 많았습니다. 경쟁에 일부 부정이 개입된다 해도 남은 기회들이 많기 때문에 ‘관용적’일 수 있었죠. 지금은 안타깝게도 세상의 기본적 축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성장이 구조화하고, 체계적·추세적이 되고 있어요.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더 나은 기술, 더 훌륭한 인적 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왜 구조적 저성장을 겪느냐… 노동소득분배율이 줄어드니까 결국 소득의 상대적 감소로 이어지고, 소득 감소가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소비 감소가 수요 감소를 불러 악순환이 시작된 거예요. 기본적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분배 강화가 성장 잠재력을 올리는 길이 됩니다. 그래서 청년들의 절망감과 분노를 치유하는 일도 대증적 요법이나 정책으로는 쉽지 않아요. 불평등과 격차, 불공정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직시해야 합니다.”

- 청년층 일부에선, 시험으로 대표되는 시스템을 흔들지 말라는 요구도 나옵니다. 어찌 보면 평등과 충돌하는 지점인데요.

“우선은 기회 총량을 늘리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입니다. 현재 세대는 기회 총량이 적다보니 예민해지는 것이죠. 작은 기회 손상도 체감적으로 다가옵니다. 현재 구도 위에서 어떻게 공정성을 회복하느냐의 문제는 논쟁의 여지가 많습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할당제 폐지를 주장합니다.

“미국처럼 개인의 자유와 경쟁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왜 흑인 할당하고 지역 할당합니까. 그게 실질적으로 더 공정하기 때문이죠. 소위 능력주의에 대해 이론적 반박도 많이 나오잖아요. 능력이라는 것도 이미 주어진 부분이 많다, 따라서 그대로 100% 인정하는 건 진실로 공정한 게 아닐 수도 있다…. 저는 그 지적이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인프라 취약한 곳에서 살아온 사람과 재벌 2세 간에 외관상 공정한 경쟁을 보장한다고 실제 공정해지나요? 그건 아니지요. 저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배려하는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당면한 과제 중에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경우엔 특별한 보호장치가 있어야 진짜로 공정할 수 있는 거죠. 그게 실질적 공정입니다.”

- 30대 보수 야당 대표의 등장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현상으로 본다면, 촛불혁명의 ‘변형적 표출’이라고 생각해요. 국민의 정치적 의식 수준이나 정보수집 능력, 분석·판단 능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는데, 정치는 여전히 지체되어 있습니다. 지체된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행동에 나선 게 촛불혁명이라 봅니다. 지금까지 촛불을 들고 싸웠던 청년세대가, 기대한 만큼 우리 사회가 긍정적 방향으로 전환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실망스러웠던 것 같아요.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구태 정치세력의 후예라고 비판하다가 직접행동에 나선 걸로 봅니다. 이준석이란 개인 때문이 아니라 이준석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표출된 거죠. 국민이 정치하는 시대로, 정치가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합니다. 다만 이 대표의 발언 등을 보면 갈등과 적대감에 기반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극우 포퓰리즘적 성격이 들어있기 때문에, 마냥 좋은 현상이라고만 받아들이기엔 위험성이 큰 것 같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4일 경기도청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이준헌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4일 경기도청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이준헌 기자

정치는 신뢰, 난 지킬 약속만 해
정치효능감 보여줬다고 생각

이재명은 유력 대선 주자 가운데 긍정적 의미에서든 부정적 의미에서든 ‘포퓰리스트’로 보였다. 대선 주자는 아니지만, 이준석이 포퓰리스트 이미지마저 가져가 버렸다. 이재명조차 기득권으로 보이려 한다.

- 새로운 파격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저는 담쟁이 넝쿨 같은 느낌으로 살아요. 한 발짝 한 발짝…. 그 토대가 뭐냐면, 국민들께서 저한테 맡긴 역할을 조금이나마 충실하게 수행했고, 그걸 통해서 국민들의 삶이 미약하게나마 개선됐다, 즉, 정치효능감을 보여드린 거거든요. 어느 날,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던진다면 제 신뢰가 깎일 것 같아요. 정치의 핵심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 사이에 아주 사소한 약속도 계약서를 쓰고 안 지키면 제재당하고 법으로 (계약 이행을) 강제하잖아요. 그런데 국가 운명이나 국민의 삶을 놓고 하는 정치가 외려 약속 안 지켜도 그만, 거짓말해도 그만… 그러니까 정치불신이 엄청나게 높아지죠. 저는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고, 그 약속은 최대한 지키려고 합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권교체 희망(50%)이 정권유지 희망(3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층은 정권유지(68%), 보수층은 정권교체(80%)로 쏠린 가운데 중도층에선 정권교체 희망(56%)이 정권유지 희망(34%)보다 높았다(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 정권교체론이 정권유지론보다 높습니다.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는 없다고 말해왔는데요.

“제가 ‘다름은 있어도 차별화는 없다’고 말했거든요. 저도 이 정부의 일원이니까요. 공도 함께 나눠야겠지만 과도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다만 부족한 건 당연히 채워야 하고요. 새로운 것들은 더해야 합니다. 그걸 가지고 이전 정부와 다르다, 기대할 만하다고 설명하면 되지 않습니까? 많이 다를 겁니다. 만약에 (제가 집권)한다면.”

- 2017년 민주당 경선 때 문 대통령을 집요하게 공격했습니다. 일부 강성 당원들은 그 장면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준조세’ 문제를 제가 17번인가 물어봤어요. 그것 때문에 ‘저런 X가지 없는…’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된 것 같아요.”

- 대담집을 보니까 반성했던데요.

“나중에 보니까 지나쳤더라고요. 특히 요새 입장이 바뀌었잖아요. 문제가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친문 의원들 그리고 강성 지지자 중 핵심 인사들과도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그렇습니다. 지지자들의 소망이 개인 숭배는 아니잖아요.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 우리가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가 실현되게 하는 것이지요. 지지자 대부분이 높은 정치의식과 판단력을 가진 분들인 만큼 결국 합리적 판단을 하게 될 거라고 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4일 경향신문 인터뷰를 위해 경기도청 신관 2층 상황실에 들어서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4일 경향신문 인터뷰를 위해 경기도청 신관 2층 상황실에 들어서고 있다. 이준헌 기자

경선 연기 반대, 유불리 때문 아냐
약속 자주 어기면 당 신뢰 바닥

-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이 다시 부상했습니다. 반대 입장에 변함이 없나요.

“국민에게 한 약속을 자주 어기면 누가 그 당을 신뢰하겠습니까? 저는 지난 4·7 재보궐선거 때도 후보를 내려면 석고대죄 수준의 사죄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물쩍 넘어갔잖아요. 저는 그게 (재보선 패배에) 매우 컸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입장을 바꾼 게) 한 번도 아니고 위성정당 사례도 있지 않습니까? (경선 연기 반대는) 유불리 차원이 아닙니다.”

-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면, 대승적으로 ‘연기하자’고 할 수도 있지 않나요.

“당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겠죠. 필요하면 언제든지 바꾸는(당으로)…. 원칙과 약속을 쉽게 어기는 당을 국민이 무슨 수로 믿겠습니까? 원칙을 지키는 게 모두에게 좋습니다.”

야권 대선 주자 윤석열의 ‘등판’이 가시화하고 있다. 오는 27일 대선 도전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 ‘잠재적 경쟁자 윤석열’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아는 바가 전혀 없어요.

- 만나본 적은 있나요.

“전혀요. 스쳐 지나간 일도 없습니다.”

- 평가하긴 이르다는 뜻입니까. ‘포장지 정치’ 그만하라고도 했는데요.

“정치인이 되고자 하면 정치인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판단할 주체인 국민에게 빨리 실체를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본인에게 유리한 점, 좋은 점만, 그것도 직접 보여주지도 않고, 간접적으로 보여준 다음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포장지를 또 보여줘요. 그 ‘10원’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어? 이 포장지가 아니네. 원래 우리 진짜 포장지는 이겁니다’ 하고 다른 포장지를 내밀었잖아요.”

지난달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장모가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 없다’고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나중에 와전된 것이라며 해명했다.

나의 기본소득, 야당의 안심·공정소득은 ‘정책 경쟁’
차별금지법 제정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정책 이야기로 넘어갔다. 이재명은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기본대출)으로 이어지는 ‘기본 시리즈’를 주된 정책상품으로 장착하고 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실현 가능성 등을 두고 협공받고 있다.

- 기본 시리즈, 왜 필요합니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 사회는 극심한 저성장을 겪고 있습니다. 저성장의 원인은 공급 역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수요 역량이 부족해서입니다. 기본소득은 노동절벽 시대에 인간의 생존과 다양한 삶을 보장하고, 노동감소로 인해 부족한 소비수요를 키워 자본주의 체제를 지속 성장하게 할 효과적인 경제정책입니다. 기본주택은 과도한 주거비용으로 인한 소비여력 감소를 막아주고, 기본금융 또한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저리로 금융혜택을 제공해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경기 진작에 도움될 겁니다.”

- 기본소득에 대해 보수·진보 양측에서 모두 비판론이 있습니다. 보수는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진보는 ‘기존의 사회보장체계를 뒤흔드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일을 하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일을 안 하려는 사람은 이유를 찾는 법이죠. 이상적 형태의 기본소득을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 가능한 범위 안에서 단계적,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가면 도입 초기엔 증세 없이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어요. 시행 과정에서 내가 내는 것보다 나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크다는 걸 국민이 체감하면 증세에도 기꺼이 동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본소득만 하자는 것도 아니에요. 당연히 기존 복지정책도 계속해야 합니다. 앞으로 복지지출 규모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 재정의 일부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면 됩니다.”

이재명은 최근 페이스북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바네르지-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부부가 기본소득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러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바네르지-뒤플로 부부의 이론을 잘못 해석했다고 맞섰다. 이 지사도 물러서지 않았다. “복지선진국은 사회안전망과 복지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조세부담률이 높아 기본소득 도입 필요가 크지 않고, 쉽지도 않다”면서 “기본소득 도입은 우리 같은 복지후진국이 더 쉽다”고 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제는 하다하다 안 되니 우리나라가 복지후진국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 논쟁을 계속하는 이유가 뭔가요.

“(오세훈 서울시장의) 안심소득, (유승민 전 의원의) 공정소득, 제가 말씀드리는 기본소득 모두 소득재분배 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인 만큼 유용한 정책 경쟁이라고 봅니다. 그중 어떤 게 일방적으로 옳다 나쁘다 할 수 없거든요. 다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실행 가능성입니다. 세금은 부자한테 더 거두면서, 가난한 사람한테 더 많이 주겠다?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겠습니까? 제가 억울해서 논쟁을 계속하는 게 아니에요. 논쟁을 통해 소득재분배 정책들이 더 정교해지는 걸 기대하는 거죠. 국민의 이해도도 높아질 수 있고요.”

- 기본소득이 반드시 최선이라고 생각지 않는 건가요.

“기본소득을 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안심소득이든 공정소득이든 도입하면 좋겠어요. 그거라도 하면 만세 부르겠습니다.”

- 보수정당이 할 리 없다는 뜻입니까.

“언제나 그랬지 않습니까. (박근혜 정부 때) 기초연금도 전 국민한테 지급한다고 해놓고, 선별지급했지요. 이번에도 (국민의힘이)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첫머리에 써놓고는, 제가 말한 기본소득은 그 기본소득과 다르다고 하지 않습니까. 국민 우롱이죠.”

- ‘복지후진국’이란 표현이 지나쳤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복지후진국 이야기를 한 것도 논쟁을 통해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넓히자는 뜻입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선진국은 맞지만 복지는 후진국이 맞습니다. 복지지출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절반을 겨우 넘기는 정도니까요.”

이재명은 최근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강조하며 현대기아차 방문 등의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대선 출마 선언문에선 “거대 기득권 재벌체제, 법 위의 삼성족벌체제를 누가 해체할 수 있느냐”며 재벌개혁의 적임자를 자임했다.

- 재벌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요. 아니면 중원 공략을 위한 ‘우클릭’인가요.

“재벌 소속 기업과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는 다른 거죠. 과소지분으로 100% 지배권을 행사하고, 지배권을 남용해 일감 몰아주기를 한다든지, 불법·편법 상속을 하는 것에 대해선 엄정한 제재가 있어야 합니다. 그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엔 찬성합니까, 반대합니까.

“법 앞에 평등한 게 바람직하고요. 저도 책임 있는 자리가 아니면 자유롭게 의사를 표명하겠는데… 이건 당면 현안이고, 대통령 고유 권한이니까요. 대통령이 국민 의사를 감안해 고도의 정무적 판단을 할 사안이라 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청원이 동의자 10만명을 넘겨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기자들에게 차별금지법 관련 질문을 받고 “의견이 없는 건 아닌데 윤석열 전 총장이 먼저 답한 다음 제가 하겠다”며 답변을 미뤄 논란이 됐다.

서면질의를 보냈다.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지난 대선에서 이미 (찬성) 입장을 밝혔다. 논쟁이 심한 부분은 오해의 불식, 충분한 토론과 협의, 조정을 통해 얼마든지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3월 2일 경기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 궁전’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도착해 소방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2일 경기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 궁전’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도착해 소방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책을 바꿀 땐 반드시 기득권의 저항 뒤따라
저항 극복하고 성과 내면, 반발이 지지로 전환

이재명을 만나기 사흘 전, 정성호 민주당 의원(국회 예결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성호는 이재명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만나 34년간 인연을 맺어온 사이다. 지금은 민주당 내 ‘이재명계’ 핵심이다. 정치지도자로서 이재명의 강점을 물었다. “삶의 과정에서 고단한 경험을 겪으면서도 굴복하지 않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형성된 용기가 가장 큰 강점이다.”

이재명과 중앙대 법대 동기로 만나 평생의 지기가 된 이영진 경기문화재단 경영본부장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이재명은 변호사·시민운동가 시절 현장에서 지역 주민과 뒹굴며 현장의 문제를 풀어보려 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사안에서 경중과 우선순위를 다루는 균형감각이 뛰어나다.”

이재명 본인에게 물었다.

- 스스로 생각하는 정치지도자로서의 강점은 뭔가요.

“용기, 추진력?”

정성호와 일치했다.

“정치에서 제일 중요한 덕목은 첫째, 뚜렷한 철학과 가치가 있어야 되고요. 둘째가 용기와 결단력입니다. 정책을 새롭게 만든다든지 바꾼다든지 할 때는 반드시 기득권의 저항이 따르니까요. 모두가 동의하는 건 정책이 아니라 진리예요. 많은 정치인들은 저항이 격렬하면, 반발과 대립이 심하면 회피합니다. ‘표’에 도움이 안 되거든요. 그러나 저는 회피하지 않죠. 해야 될 바람직한 일에서 저항을 극복하고 성과를 내면, 그 과정에서 빚어진 반발과 균열은 외려 지지로 전환된다는 걸 공직 경험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이 지사에게는 ‘결단력과 실행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경기도 하천 계곡의 불법시설을 철거하고,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신천지 과천본부를 급습해 신도 명부를 확보한 사례 등이 근거다. 반면 그 뒤편에는 ‘거칠고 과격하다’는 비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억울해 보였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매우 신중하게 합니다. 가능한 나쁜 경우를 모두 상정해요. 제가 험한 환경에서 살아와서 그렇습니다. 제 인생은 한 번 실수하면 낭떠러지였거든요. A안, B안, C안, 그마저 잘못됐을 경우 대안까지 마련해 확신이 들어야 일을 시작합니다. 계곡 불법시설을 단속할 때, 제가 다 때려부순 줄 아는 사람이 많아요. 전혀 아닙니다. 99%는 자진 철거했어요. 대안을 만들어줬거든요. 우격다짐으로 권력을 함부로 행사하지 않습니다.”

그는 배수진을 치고 정치를 한다고 했다. “저는 미움을 많이 받아요. 인생 끝장날 뻔도 하지 않았습니까? 사실 공격을 많이 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득권에 도전하는 데 대한) 저항이죠.”

- 사생활 관련 의혹 제기도 그런 저항의 일환이었다는 말인가요. ‘장모님 10원’ 발언처럼 들릴 것 같습니다.

“저의 부족함도 있지요. 가족 간의 욕설 사건 같은 경우, 경위야 어찌됐든 제 부족함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끝없이 사죄하고 용서를 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사람은 성장한다, 10년 전 이재명보다 지금의 이재명은 더 성장했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경제학자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지난 14일 경향신문 칼럼에서 이재명에 대해 “후보 역할과 참모 역할을 모두 한다. 나쁘게 보면 독재의 전조가 어른거린다”고 했다. 이재명은 “오해”라며 손을 내저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글은 제 이름으로 나가지만, 다 함께 검토하고 연구한 결과를 담은 겁니다. 요새는 참모들에게 ‘검열’ 받는 수준이에요. 밤 10시 이후 글 쓰는 건 금지당했고요. 최근에는 계정 비밀번호를 바꿔서 제가 아예 접근 못하게 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왔다고 하네요.”(웃음)

직접 만난 이재명은 미디어 속 이재명과 조금 달랐다. 인터뷰를 마치며 일어서는데, 이재명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다시는 모범답안을 벗어나지 않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 전문가들이 보는 이재명

이재명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양강 구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17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결과,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이재명은 25%, 윤석열은 24%를 기록했다. 매달 1회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하는 한국갤럽 여론조사(6월 1~3일)에선 이재명 24%, 윤석열 21%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민주당 내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의 지지율이 정체 또는 하락하는데도 이재명이 이들의 지지율을 흡수하며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는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영향이라고 봤다. 다만 “이낙연·정세균과의 동반 하락을 면한 것은 이재명이 민주당 주류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당내 주류의 눈치를 보며 할 말을 못 하고 있어, 민주당 이탈층을 잡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재명이 ‘1등의 딜레마’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이재명은 과거에 1등을 해보지 않았다. 성남시장을 지내고 경기지사를 하고 있지만 언더도그(underdog)로서 성과를 올렸다. 자신의 스타일과 ‘여당 대표선수’ 사이의 긴장감이 있다.” 그는 역대 1위 주자들이 어떻게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회창은 보수진영 1등이었지만 연이어 패배했고, ‘이긴 1등’들은 안정감보다 자기 구심력이 강했다. “이재명이 지나치게 안정적으로 가면, 자신의 고유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

정치평론가인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여론조사 수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윤석열의 상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의 컨벤션 효과로 판단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지지자의 성격이다. “이재명 지지자들은 판단의 정보값이 오래 쌓였다. 알 것 다 알고 지지하는, 상대적으로 단단한 지지다. 반면 윤석열 지지자들은 각자의 ‘위시풀 씽킹(희망사항)’을 담아 추정치로 지지하는 것이다. 윤석열이 공식적으로 등장해 정보를 직접 전달하게 되면, 어떤 지지자는 떠날 수도 있고 새로운 지지자가 보태질 수도 있다.”

서복경은 이준석 바람과 관련해서도 “이재명이 경쟁할 건 이준석이 아니라 국민의힘 후보”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의 과제는 새로움의 추구가 아니라, 자신의 정책 노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집권할 경우 각각의 정책을 ‘누구를 통해’ 펼쳐나갈지 ‘팀 컬러’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했다. 경제·부동산·노동·젠더 등 분야별 정책을 담은 ‘종합선물세트’를 내놓고 “이 정책은 이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는 ‘보따리’를 풀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는 “시민들이 가용할 수 있는 정보를 빨리 보여줘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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