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일단락…협치에 상처, 법치에 과제

2022.05.03 20:56

<b>마지막 국무회의 앞두고 초상화 소개</b>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 앞서 자신의 초상화를 가리키며 국무위원들과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는 무명 청년작가인 김형주씨(42)가 문 대통령에게 보낸 선물을 공식 초상화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공포안이 의결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마지막 국무회의 앞두고 초상화 소개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 앞서 자신의 초상화를 가리키며 국무위원들과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는 무명 청년작가인 김형주씨(42)가 문 대통령에게 보낸 선물을 공식 초상화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공포안이 의결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3일 오전 형사소송법 국회 통과
문 대통령, 오후 국무회의서 공포
발의 18일 만에 속전속결 처리

민주당, 의석수 바탕 ‘단독’ 일관
국민의힘 ‘합의 파기’ 수세 몰려
협치 실종…정국 혼란 가능성 커

3일 일단락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공포 과정은 전광석화였다. 지난달 15일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발의부터 정부의 공포까지 걸린 기간은 18일에 불과했다. 단기간에 민주당의 입법 강행, 여야 합의와 번복, 본회의장 충돌 등이 빚어지며 정치와 협치는 사라지고 국회법은 무력화됐다. 정권이양기 극한 충돌로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 혼란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날 국회 본회의는 오전 10시1분에 개의해 23분 만에 끝났다.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달 30일 본회의와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 속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찬성 164명, 반대 3명, 기권 7명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병석 국회의장은) 사퇴하라” “이건 사기다” 등을 외쳤다. 법안 가결 후 국민의힘이 항의의 뜻으로 자리를 뜨면서 다시 민주당 주도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이 처리됐다. 이날 오후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로 넘어간 이들 개정 법률 공포안이 의결되면서 속전속결로 모든 법안 처리 과정이 완료됐다.

검수완박 정국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쪽에 정치적 상처와 과제를 남겼다. 민주당은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와 전체회의, 본회의까지 전 과정을 ‘단독 운영’해 숙의와 협치의 국회법 정신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 안팎에서는 ‘상처뿐인 성과’가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처리를 위해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에 보임시켰다가 양 의원이 신중론으로 선회하자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그 자리를 메웠다. 본회의에서도 두 차례의 ‘회기 쪼개기’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무력화했다.

강행 처리 뒤에는 정치적·법적 상처와 과제가 남았다. 법적으로는 제대로 된 의견 청취가 부족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상 ‘고발인의 이의 신청’을 삭제해 장애인이나 아동 등 제3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권익 보호 장치가 없어진 점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정치적으로는 안팎의 비판여론에 직면했다. 검수완박을 원하던 강성 지지층 입장에선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 중 일단 4개 수사권만 박탈하게 된 것으로 비쳐 ‘검수덜박’(검찰 수사권 덜 박탈)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국민 절반 이상이 입법에 반대한 것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를 사흘 만에 백지화한 뒤 수세적으로 끌려가면서 차기 집권여당으로서의 국회 운영 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합의 → 백지화 → 충돌…새 정부 출범 뒤 ‘국정 혼란’ 예상

국민의힘은 지난달 22일 박 국회의장 중재로 합의안을 만들어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은 뒤 주말이 지나 재협상을 요구하며 합의문을 백지화했다. 강경 태세로 돌아선 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의 의중이 깔린 것으로 전해지면서 차기 당정 조율의 난맥상이 노출됐다. 합의안 번복으로 협상력은 쪼그라들었고, ‘합의정신 존중’을 내세운 현 여권에 강행처리의 명분을 스스로 쥐여준 셈이 됐다. 박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최고 수준의 합의가 어느 일방에 의해 단적으로 부정당한다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 의회정치는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두 차례의 무제한토론과 릴레이 시위, 고성과 욕설을 동원한 항의는 성과 없이 종결됐다. 당내에서는 6·1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의 강행처리에 반발한 지지층과 중도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기자와 만나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차기 집권 여당으로서의 정치력 한계를 드러낸 점은 향후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 운영 과제로 남게 됐다. 인사청문 정국과 향후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두고 거대 야당이 되는 민주당(168석)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경색 국면이 이어지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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