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원영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아”···노인폄하 기름 붓기

2023.08.01 19:12 입력 2023.08.01 21:58 수정

민주당 혁신위, 김 위원장 발언 사과 거부

양이 의원엔 “발언 취지 정확히 이해” 두둔

김 위원장 “혹시 마음 상한 게 있다면 유감”

‘혁신위가 민주당 리스크’ 내부 우려 증폭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미래가 짧은 분”이란 노인 유권자 비유로 인한 ‘노인 폄하’ 논란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1일 김 위원장 발언을 두둔하면서 노인 유권자를 향해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말해 논란을 기름을 부었다. 혁신위도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며 오히려 양이 의원을 두둔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노인 폄하 발언으로 전혀 생각않는다”면서도 “혹시 마음 상한 게 있다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당내에서조차 혁신위가 민주당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올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양이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킨 김 위원장 발언을 인용하면서 “맞는 얘기”라고 옹호했다. 그는 “지금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며 “하지만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적었다. 그는 “미래에 더 오래 살아 있을 청년과 아이들이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그러니 정치가 싫어도, 일부 언론과 일부 정치권이 끊임없이 정치혐오를 불러일으켜도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향후 혁신위의 활동 방향 등을 밝히고 있다. 성동훈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향후 혁신위의 활동 방향 등을 밝히고 있다. 성동훈 기자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청년 좌담회에서 과거 아들과 대화를 소개하며 “자기(아들)가 생각할 때는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부터 여명까지로 해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되게 합리적이죠.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로 표결해야 하냐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이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SNS에 재차 글을 올려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이 미래에 살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은 나이 많은 이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층의 정치 참여의 필요성과 함께 저 자신을 생각하며 장년층과 노년층의 정치 참여 책임에 대해 쓴 글”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혁신위도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다. 윤형중 혁신위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여명 비례투표’라는 아이디어를 접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수용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이 의원의 SNS 글에 대해 “(김 위원장) 발언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한 글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옹호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인천시당 사무실에서 열린 ‘인천시민과의 대화’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의 진위를 묻자 “앞뒤를 자르고 맥락 연결을 이상하게 해서 노인 폄하인 것처럼 말씀을 하는데 그럴 의사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가 곧 60세다. 저도 노인 반열에 들어가는데 무슨 노인을 폄하하겠느냐”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오해의 여지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여움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행사 마지막 발언으로 “저는 노인 폄하 발언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말씀드렸는데 그 예가 혹시라도 마음 상한 게 있다고 하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폄하 의도는 없었지만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전혀 그런 의도가 없는 것 알지 않나”라면서 “그 뜻 그대로만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어르신들이 이 발언 때문에 오해해서 상처를 받으셨다면 유감이라고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혁신위가 추가로 입장을 내지는 않는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의 사퇴와 이재명 대표 사과를 요구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SNS에 “민주당 인사들의 인식에 깊숙이 뿌리박힌 ‘노인 비하·폄하 DNA(유전자)’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라며 “김 위원장 발언은 민주당의 노인 무시·비하 DNA의 화룡점정”이라고 비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SNS에서 양이 의원을 향해 “‘미래 짧은 분들’이란 노인폄하 망언을 두둔하려다 ‘지금 투표하는 이들,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다’는 망언이 보태졌다”며 “망언에 망언을 더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김 위원장의 문제 발언과 이를 옹호하는 양이 의원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본인들의 취지만 강조하면서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당을 쇄신해야 할 혁신위가 오히려 리스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상민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위가 유권자로부터 표 하나 얻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것 같다”며 “안 그래도 민주당이 오만하다고 보는데 혁신위의 발언을 국민이 곱게 보겠나”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혁신위가 논란을 더 키우는 방식으로 해명을 했다”며 “정치력이 없는 분이 자꾸 정치를 하려 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혁신위에 대한 기대가 많이 떨어졌다”며 “자꾸 잔잔한 말썽거리가 생기면 (혁신위가) 뭐가 되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조응천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귀를 의심했다. (김 위원장이) 과연 우리 당을 혁신하러, 우리 당을 도와주러 오신 분 맞나”면서 “지독한 노인 폄하 발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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