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쇄신 시민 컨설팅 3-1

할 말만 하는 대통령→“듣는 대통령”

2024.05.08 18:37 입력 2024.05.08 19:05 수정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을 앞두고 민주주의 등 11개 분야에서 국정 대전환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을 앞두고 민주주의 등 11개 분야에서 국정 대전환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경향신문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시민 53명에게 ‘대통령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표현’을 물은 결과 ‘바이든-날리면’ 발언을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시민들은 지난 2년간 윤 대통령의 소통과 관련해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윤 대통령이 비판적인 의견을 경청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쌍방향 소통의 기자회견을 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표현으로는 지난 2월 KBS 신년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박절하게 끊지 못했다”고 한 발언, 지난 3월 한 마트에서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한 발언을 꼽은 시민들도 많았다.

‘바이든-날리면’과 ‘대파 875원’을 꼽은 의대교수 김모씨(41)는 “잘못된 표현 자체보다는 그 말들이 나온 다음에 수습하는 과정이 문제”라며 “매번 언론들이 이걸 과장하고 잘못 왜곡했다는 식으로 비난하고 뒤집어씌우니까”라고 말했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던 40대 자영업자 정모씨는 ‘바이든-날리면’을 꼽으며 “ 대처가 훨씬 심각했다”며 “차라리 (발언을) 인정했다면 대미 관계에는 안 좋았겠지만 본인의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더 나았을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에 등장한 “일본은 파트너” 발언을 꼽은 시민들도 있었다.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다른 날에 해도 되는데 굳이 광복절에 그런 얘기를 한 게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윤서현씨(44)는 “광복절 연설에서 일본을 파트너라고 한 것은 너무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구호인 ‘공정과 상식’을 꼽은 시민들도 있었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한 자영업자 최병태씨(75)는 “그런데 (구호와)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구에 사는 자동차 부품사 생산직 이모씨(가명·35)는 “특정 세력과 집단만을 위한 공정과 상식이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년간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나 대국민 사과가 충분했냐는 질문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인색했다”고 답했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에 표를 던진 전남 화순의 주부 김명옥씨(50)는 “아예 안 하지 않았어요? 하긴 했어요?”라고 반문했다.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한 직장인 김모씨(23)는 “부임 초기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하며 편하게 기자들과 대화를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계속 소통을 잘하기를) 기대했지만 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자영업자 최모씨는 “언론관의 문제인데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서 물어보는 것 아니냐”며 “여러 언론사 다 오라고 해서 각 기자들이 물어보며 답변하는 식이어야지 그런 게 없었다”며 기자회견이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본인 할 말만 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윤 대통령을 대선 때 지지한 전문직 김모씨(35세)는 “소통 방식을 모르는 것 같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진다”며 “너무 자기 말만 하며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소통한다고 느낀다”고 했다. 직장인 염모씨(51)는 “민생토론회에서 주로 듣기보다 말하는 식이었다. 대통령은 들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를 촉구하는 응답도 많았다. 경기 파주에 사는 취업준비생 조모씨(25)는 “이태원 참사, ‘바이든-날리면’ 때 언론 탄압한 것도 그렇고, (발생한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 사과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직장인 전모씨(34)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잘못했다 하면서 책임지는 꼴을 못 봤다”고 했다. 의대교수 김씨도 “변명하기 위한 형식으로만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남은 임기 동안 대국민 소통을 위해 제안하고 싶은 방식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비판적인 사람들의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응답한 시민들이 가장 많았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던 대학생 방모씨(23)는 “자기한테 좀 비판적인 인사들 위주로 얘기를 좀 많이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직장인 윤씨는 “가리지 말고 각계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시라”고 했다. 의대교수 김씨도 “본인 입맛과 다른 의견도 듣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 다 불러서 얘기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기자회견 등 소통의 빈도를 늘리라는 지적도 많았다. 윤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에 표를 던진 한 주부(67)는 “한 달에 한 번이든 기자간담회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거의 안 했잖아. 그러니까 자기 정책이 옳았다고 그러지”라고 했다. 자동차 부품사 생산직 이씨는 “최소한 제대로 된 기자회견이라도 자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각본 없는 소통을 주문하는 시민도 많았다. 자영업자 최씨는 “대통령은 현장에 가도 다 듣기 좋은 얘기만 듣게 돼 있다. 저도 군대 있을 때 많이 해봤다. 대통령 온다고 하면 일주일 전부터 (준비하고) 난리법석”이라며 “자기들이 지정하지 말고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대표 뽑으라 해서 그분들이 물어보고 싶은 거 다 물어보고 답변하라”고 했다. 직장인 정씨도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하셨던 게 제일 이상적인 것 같다. 그건 사전에 준비 안 된 티가 팍팍 났는데, 민생토론회는 준비된 질문과 답변만 한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씨(35)는 “대본 없이 라이브(방송)하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장인(46)은 “야당과도 안 하는 대화를 국민과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라며 야당과의 소통이 먼저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남 창원의 40대 직장인은 “민생토론회에서 대통령이 90% 얘기하는 게 아니라 여당 대표, 야당 대표까지 포함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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