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이철규 지시로 확대 교체
전직 대통령 인물구성엔 변화 없어
전두환·노태우·이명박 등은 미게재
보수 역사 정치적 판단이 영향 준 듯
국민의힘은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국회 본청 회의실 벽면에 걸린 전직 대통령의 액자 사진 크기를 키웠다. 보수정당 역사상 의미있는 대통령을 기리는 차원이라지만 사진 속 인물 선정은 꾸준히 논란거리였다. 최근 정부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추진으로 ‘역사 전쟁’에 기름을 부은 상황에서 당내에도 보수 역사에 대한 해석 불씨가 남은 모습이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장 내 전직 대통령 사진이 확대돼 공개된 것은 지난달 중순이었다. 이전까지 회의실 한 구석에 작은 크기로 나란히 걸려있던 사진이 이제는 대형 포스터 크기로 벽에 장식돼 있었다. 크기만 변한 것이 아니라 사진의 색감 또한 선명해졌다.
사진 교체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사무총장 지시였다고 한다. 당 지도부 인사는 5일 “(이 총장이) 전직 대통령들 사진인데 크기가 너무 작고 구석에 걸려있다며 마침 회의장 벽에 기둥처럼 튀어나온 곳이 셋 있으니 거기에 크게 걸자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수 역사에서 공이 있는 대통령들을 더 잘 기리자는 차원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사진 속 인물 구성에는 변함이 없었다. 직전까지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국회 본청 당 최고위원회의실 등에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세 명의 전직 대통령 사진을 게시해 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2017년 11월 “이 나라를 건국하고, 5000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민주화까지 이룬 세 분 대통령의 업적을 이어받은 당이 한국당”이라며 세 대통령의 사진만 걸기로 결정한 결과다. 홍 시장이 대표일 땐 최고위원회의를 여의도 당사에서 열어 그곳에 전직 대통령들 사진을 뒀다.
전두환씨와 노태우 전 대통령,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은 걸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살아있는 대통령 사진은 걸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의 별세 여부를 떠나 정치적 판단의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전두환씨·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부독재, 권위주의 이미지 탈피를 위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 및 탄핵에 따라 걸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 전두환씨는 같은 해 11월 각각 세상을 떠났지만 당의 공적 공간에 사진을 추가할 것인지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현직일 땐 당이 이들 사진을 집권여당 공적 공간에 단독으로 걸어뒀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엔 조용히 사진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랜 기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두 사람 사진만을 당사와 대표실에 게시했으나 지난해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을 당대표실에 추가로 걸었다.
이후 벌어진 논쟁은 당 회의장 사진 게시의 정치적 성격을 드러낸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인 하태경 의원은 바른정당 최고위원이던 2017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빼고 어떻게 김영삼·박정희 전 대통령을 논하나. 잘났든 못났든 다 보수의 대통령이요, 다 끌어안아야 될 역사적 유산”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 사저를 방문한 뒤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다시 당사 등에 걸자는 주장이 과거 친박근혜계 의원 사이에서 나왔다. 구속 수감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복권됐으니 이제 다시 사진을 걸어도 되지 않느냐는 취지다. 지난해 7월엔 권성동 당시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 사진을 중앙당사와 국회 본청 당대표실 등에 거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