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줄임말 싫다더니…국민의힘 로고 ‘ㄱㅎ’, 이미지 쇄신 이룰까

2023.09.29 14:27

‘ㄱㅎ’.

국민의힘이 새로이 도입 검토 중인 당 로고다. 올해 안에 결정된다면 3년 만의 로고 변경이다. 내년 총선에 앞서 이미지 쇄신이 목표라지만 당내 반응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ㄱㅎ’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이름 초성 등을 연상케 한다는 불만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계열 보수정당의 그간 당명·로고 변화는 당 위기 탈피나 선거 전 외연 확장을 위한 노력이었다. ㄱㅎ은 국민의힘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ㄱㅎ’의 기원, 홍보본부장···내부 평가는 긍정적

‘ㄱㅎ’ 로고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달 28일 당 최고위원회의 백드롭(배경 현수막)에서다. 당시 현수막 글귀는 “경제는 ㄱㅎ 국민의힘”으로, ㄱㅎ 글씨 위에는 각각 여아와 남아가 글씨 진행 방향인 오른쪽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을 그렸다.

ㄱㅎ 로고는 이달 초부턴 당 홍보 현수막에도 쓰였다. 일부 현수막은 이전부터 쓰인 현재 로고를 ㄱㅎ 로고와 병기했지만, 일부는 독자적으로 ㄱㅎ 로고만 뒀다. “민생과 경제는 ㄱㅎ 국민의힘” 등 방식으로 글귀를 배치했다. 현수막 특징에 따라 다른 로고를 쓰는 등 기준이 마련되진 않았다. 예산 마련, 정책 홍보 등 현수막이 다수 목격됐으나, “대선 3일 전 희대의 대선공작 조작뉴스타파” 등 네거티브성 현수막에도 새 로고를 박았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대로에 걸린 국민의힘 현수막 오른편에 ‘ㄱㅎ’로고가 그려져 있다. 조미덥 기자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대로에 걸린 국민의힘 현수막 오른편에 ‘ㄱㅎ’로고가 그려져 있다. 조미덥 기자

ㄱㅎ 로고의 입안자는 송상헌 홍보본부장이었다. 송 홍보본부장은 제일기획 광고팀장 출신으로, KT의 ‘올레’ 등을 연출하는 등 20년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송 홍보본부장은 지난 6월7일 임명 발표되자마자 당 이미지 쇄신을 위한 홍보 전략을 고심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당명 변경도 검토했으나, 로고 변경만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ㄱㅎ 로고 색은 당 상징색인 빨간색과 파란색을 활용했고, 글자 모양은 미학적 검토에 따라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홍보본부장은 지난 11일 ㄱㅎ 로고 시안 및 적용례 등을 들고 김기현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 전 주재하는 사전전략회의에서 비공식 프리젠테이션도 가졌다고 한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로고를 그냥 볼 땐 그렇게 좋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송 홍보본부장의) 설명을 듣고 보니 설득이 됐다”고 했다.

홍보본부장은 사무총장 바로 아래 부총장급 직급으로,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과 동급이다. 지난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의 새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정한 실무진도 홍보본부장이었다. 김수민 당시 홍보본부장은 대국민 당명 공모 결과 가장 많이 꼽힌 단어 ‘국민’에 ‘힘’을 결합하는 쪽으로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민의힘은 아직 로고 변경을 공식화하진 않았다.

국민의힘이 2020년 10월 새 당사로 매입한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에서 현판식을 열고 여의도 복귀를 알렸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취임 후 당명·당 색·로고 개정 작업과 함께 새 여의도 당사인 남중빌딩을 400억 원대에 매입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민의힘이 2020년 10월 새 당사로 매입한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에서 현판식을 열고 여의도 복귀를 알렸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취임 후 당명·당 색·로고 개정 작업과 함께 새 여의도 당사인 남중빌딩을 400억 원대에 매입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당명·로고 변경, 지지층 확장 위해

로고 변경 논의는 현재 로고 도입 후 대략 3년 만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0년 9월 현재의 로고를 확정했다. 같은달 초 ‘국민의힘’으로 새 당명을 정한 뒤 이에 맞는 이미지를 고심한 결과였다. ‘국민’의 초성 ‘ㄱ’과 ‘ㅁ’이 구성요소로, ㅁ의 우측 상단에 ㄱ을 씌웠다. 두 글자를 연결해 만들어진 육각형 빈 공간은 빨간색으로 채웠다. 로고와 별도로 새로운 상징색으로는 빨강·파랑·하양을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구도에서 과감히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색상”이라고 했다.

변화는 이미지 쇄신을 위한 것이었다. 2012년 출범한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분당 사태 등 위기가 이어지자 2017년 2월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로고는 ‘횃불’을 형상화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는 그해 2월 미래통합당을 출범하며 당색으로 ‘해피 핑크(분홍)’, 로고로 “국민 행복과 희망을 끌어안는 모습”을 내세웠으나 총선에 참패하며 변화 계기를 찾게 됐다.

그해 8월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당은 일반적으로 기득권을 보호하는 자의 편에 서는 정당으로 인식됐다. 국민 의견에 제대로 적응을 못 했기 때문에 오늘날 국민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정당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를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정강·정책과 당명을 변화시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후 미래통합당은 1일 상임전국위원회, 2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국민의힘으로의 당명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 2020년 2월18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당명이 적힌 머플러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 2020년 2월18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당명이 적힌 머플러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당명 변경과 달리 로고 변경은 별다른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주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면 국회 본청, 당사, 전국 지구당까지 변화를 맞게 된다. 소속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의 명함, 공보물, 현수막에도 영향을 미친다.

■건희·근혜·극혐···부정적 연상 극복이 과제

ㄱㅎ 로고가 이미지 쇄신 이전에 뒷말 대상이 됐다는 우려도 당내에 있다. ‘ㄱㅎ’이 김건희 여사,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이름의 초성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최근 ‘주식 파킹’ 의혹으로 논란이 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초성도 ㄱㅎ이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김)기현’이란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선 “극혐”이란 조롱도 등장했다. 실제 로고 결정 과정과는 거리가 먼 분석이지만, 괜히 오해를 사거나 농담 소재가 될 필요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ㄱㅎ을 검토하는 상황 자체가 역설적이란 주장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더불당’을 멸칭으로 받아들이듯, 국민의힘 인사들도 과거 ‘국힘당’이란 말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던 이들이 ‘국힘’의 초성인 ㄱㅎ을 로고로 삼겠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변화에 대한 반발은 과거에도 있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2020년 9월 국민의힘 새 당색(빨강·파랑·하양)을 제시하자 장제원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께서 당색 변경 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인 끝에 기어코 뜻을 관철시켰다”며 “왠지 모르게 마음에 생채기가 난 것 같다. 당색 하나 의원들 다수 의견에 따라 주지 못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과 당협위원장 2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색상 선호 조사에서 기존 미래통합당 당색인 해피핑크(41.2%)와 자유한국당 시절 빨강(25.3%) 지지도가 높았다는 이유였다.

장 의원은 “변화 강박증에 사로잡혀 고집을 피운 거라면 의원들의 불만만 한겹 더 쌓아 놓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