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IP가 1900만번 클릭···‘중국 응원 조작’? 추적 어렵다

2023.10.04 17:20 입력 2023.10.04 18:03 수정

다음 포털 AG 축구 한·중전 응원페이지서

‘중국 응원’ 비율 압도적으로 높은 게 발단

정부·여당, 중국의 여론조작 의혹 제기 나서

다음의 클릭 응원 페이지.

다음의 클릭 응원 페이지.

포털사이트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한·중전 응원페이지에 중국 팀을 지지하는 조직적 대규모 ‘클릭응원’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단 2개의 해외 인터넷주소(IP)가 2000만건에 육박하는 클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누가 조작에 가담했는지 추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여 정치적 논란만 증폭될 가능성도 크다.

앞서 지난 1일 열린 아시안게임 한·중 남자축구 8강전 당시, 다음의 클릭응원 페이지에서 중국팀 응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논란의 발단이다. 이날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에 따르면 약 3130만건의 클릭응원 가운데 한국팀 응원은 6.8%(211만건)에 그친 반면, 중국은 93.2%(2919만건)로 압도적이었다. 국내 포털에서 일방적 중국팀 응원이 드러나자 여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클릭 응원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IP는 총 5591개이며, 이 IP들은 총 2294만건의 클릭을 했다. 이 중 국내 IP가 5318개(9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해외 IP는 나머지 273개(5%)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해외 IP가 만들어낸 응원 숫자는 무려 1993만건(86.9%)에 달했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단 2개의 해외 IP가 1989만건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해 의혹을 키웠다. 이 2개 IP 클릭은 경기가 끝난 지난 2일 오전 12시30분쯤부터 이뤄졌다. 지역 비중은 네덜란드 79.4%(1539만 건), 일본 20.6%(449만건)으로 나타났다.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 IP를 사용한 국가들로 추정된다.

시간대별 클릭 응원 그래프. 카카오 제공

시간대별 클릭 응원 그래프. 카카오 제공

다음은 클릭응원 제도를 2015년 처음 내놨다. 횟수 제한을 두지 않고 있어 한 사람이 수백~수천 건 응원을 할 수는 있다. 로그인하지 않아도 클릭응원을 할 수 있어,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를 사용한 응원수 조작에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일 같은 경기에서 네이버가 실시한 ‘터치 응원’에서는 한국을 응원한 비율이 94%, 중국은 6%로 정반대였다. 네이버의 해당 페이지는 로그인이 필수다. 카카오 측은 “경기 도중 마음이 바뀌면 상대편을 누를 수도 있게 하는 등 로그인이라는 허들(장벽)을 낮춘 하나의 재미 요소로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정부·여당에서 중국의 조직적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법무부 등 유관부처와 함께 여론 왜곡·조작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반면 중국 측 조작으로 단정짓기에는 이르다는 반론도 적잖다. 다음이 국내 서비스이기는 하지만 국가 대항 경기에서 무조건 한국 팀 응원 비율이 높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지난달 28일 한국 대 키르기스스탄 축구경기에서는 한때 키르기스스탄 응원 비율이 85%에 달했으며, 지난해 9월 카메룬과 벌인 남자 축구 A매치 평가전에서도 카메룬 측 응원비율이 83%로 더 높게 나타난 적도 있다. 이날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남자축구 4강전 응원 비율도 지난 2일 기준 우스베키스탄 96%, 한국 4%로 나타났다.

논란이 확산되자 카카오는 지난 2일 해당 서비스부터 중단했다. 그러면서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간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히 누가 클릭수 조작에 가담했는지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VPN을 사용해 제3국으로 우회한 경우, 실제 사용자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VPN 업체와 해당국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등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협조를 얻더라도 IP주소가 암호화돼 근원지를 밝혀내는 일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치적 논쟁으로 몰고갈 경우 출구 없는 사회갈등만 키울 우려도 있다.

곽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추적이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IP 우회에다 변조까지 거쳤다면 실제 근원지를 알아내는 것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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