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편중·검증시스템 미비 …출발부터 ‘난맥’

2008.03.01 02:34
김정선기자 kjs043@kyunghyang.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우여곡절 끝에 한승수 총리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함으로써 어렵게 새 정부의 첫발을 내디뎠다. 15개 부처 각료 중 4명을 노무현 정부에서 ‘임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출범부터 파행을 겪음으로써 새 정부의 국정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인사’ 문제에 매달리느라 정작 이 대통령이 내세웠던 경제 살리기 등 주요 국정과제는 뒷전으로 밀려 버렸다. 인사파동이 남긴 국가적 대가가 상당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가운데) 등 신임 각료들과 고위 공무원들이 29일 서울 도렴동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한승수 국무총리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김문석기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가운데) 등 신임 각료들과 고위 공무원들이 29일 서울 도렴동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한승수 국무총리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김문석기자>

현 상황은 이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청와대 수석 인사는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를 비판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었던, 전형적인 ‘코드’ 인사였다.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장관 인사에서는 평균 재산이 39억원인 후보자 대부분이 강남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어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이라고 난타를 당했다. 법무부 장관·검찰총장·경찰청장·민정수석에 이어 국정원장까지, ‘사정 라인’을 영남 출신 일색으로 채워 지역 편중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신설된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된 최시중 전 대통령 당선인 상임고문에 대해서도 언론·시민단체 등은 정치적 중립성 및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며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기 초반부터 안정적, 효율적으로 국정을 꾸려나가는 게 아니라 국민의 불안감을 달래야 하는 처지가 된 형국이다.

특히 청와대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던 공무원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해도 너무 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 사무처장의 대미 외교 능력 등을 모욕적으로 비판해 파문을 일으킨 조현동 외교부 전 북미 3과장을 외교안보수석실 3급 행정관으로 불러들인 데 따른 것이다.

일단 한승수 총리 인준안이 가결됐지만, 내각의 정상적인 운영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 24일 자진 사퇴한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의 뒤를 이어 임명된 변도윤 여성부 장관의 청문 절차가 남아 있고, 통일·환경부 장관 인사는 아직 이뤄지지도 않았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안돼 ‘청문 요청 뒤 20일 이후 처리가 안될 경우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11일에야 임명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오는 3일로 예정된 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는 참여정부의 장관 4명을 빌려와 변칙 개최하게 됐다. 김성이 장관 후보자를 대신해 참여정부 장관 1명에 대해 장관직은 면하되 국무위원직은 유지시켜 국무회의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앞서 청와대는 이춘호·남주홍·박은경 장관 후보자 낙마에 따른 국무위원 결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은 방식으로 참여정부 시절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 변재진 보건복지부 장관, 이규용 환경부 장관을 국무회의에 참석시키기로 한 바 있다. 국무회의 구성을 위해 15명 이상의 국무위원이 필요하다는 헌법을 따르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처에서는 거의 일손을 놓은 상황이다. 특히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기상청 기능을 흡수한 환경부에는 기상청을 맡아 처리할 인력조차 배치되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장관이 없으니 차관 대행체제인데, 차관까지 인사가 나면서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 인사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데 출범 초기부터 인사가 꼬이면서 국정 운영이 막히고 있다. 대통령이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당장 눈 앞에 다가온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를 비롯해 새 정부 국정과제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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