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세종시 국민투표’ 왜 꺼냈나

2010.03.01 00:36

박근혜 전대표 압박용 카드…여론 떠보며 ‘출구 탐색’도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론을 꺼내들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때가 되면 세종시와 관련해 중대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중대결단의 길은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하거나, 국회 표결 이외의 우회로를 택해 정면돌파하는 것뿐이다. 한데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을 스스로 포기하는 ‘중대결단’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세종시 국민투표’ 왜 꺼냈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중대결단을 언급하면서 “세종시 수정안이 되는 방향이고, 내용이 아닌 절차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하기 위해 ‘절차상’ 중대결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종시 수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것밖에 사실상 없다.

일단 국민투표에 따른 여권의 정치적 부담이나 사회적 분열을 감안할 때 ‘청와대발’ 국민투표론은 여권 내 타협을 유도하기 위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압박용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청와대가 이 대통령이 중대결단을 내릴 시점으로 ‘한나라당 중진협의체의 논의 결과가 지지부진하면’이라고 적시한 것도 그 방증이다.

한나라당 중진협의체의 절충 논의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가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박 전 대표를 우회해 국민의 뜻을 묻는 정면승부를 택할 수 있다는 것은 여권 주류로선 ‘손해볼 게 없는’ 압박 카드다. 정권의 진퇴가 걸릴 수밖에 없는 국민투표를 배수진으로 침으로써 보수층으로부터 세종시 문제 종결을 촉구하는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는 박 전 대표에 대한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끝내 박 전 대표가 물러서지 않으면, 국민투표로까지 가는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음 직하다.

문제는 박 전 대표와 친박계가 압박에 굴복,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국민투표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청와대의 ‘중대결단’ 언급을 두고, 세종시 의총을 통해 박 전 대표와의 타협이 불가능한 것을 확인하면서 국민투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예령으로 읽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국민투표는 청와대와 여권 주류 사이에서는 세종시 수정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카드로 검토돼 온 게 사실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내가 (이 대통령에게) 국민투표밖에 (대안이) 없다고 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한 친이계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 당론을 만들 수도 없다면 국민에게 의견을 물어 결정하는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국민투표론을 주장하는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4월 실시’와 ‘6·2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 등이 구체적 시기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으로 국민투표의 가능성을 엿보기 위한 ‘여론 떠보기용’이란 시각도 나온다. 당장 세종시 수정안이 국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부터가 논란의 대상이다. 일부 친이계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는 헌법 72조를 들어 “세종시 원안은 수도분할이어서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당수 학자는 “세종시는 국민투표의 대상이 못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민투표의 정치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세종시 국민투표는 ‘이명박 대 박근혜의 대결’이 되기 십상이고, 이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사실상의 중간선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발 국민투표론은 정면돌파 가능성을 거론하며 박 전 대표의 타협을 압박하는 것은 물론 정치권에서의 해법 모색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출구를 탐색하는 의미도 가진 ‘다목적’ 카드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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