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도 확인한 불법 · 대포폰… 靑 ‘이상한 침묵’

2010.11.04 23:06

불법사찰 재수사 불가피

몸통’ 의혹 어물쩍 뭉개기… 정권 신뢰 문제 비화 가능성

청와대가 ‘대포폰’ 문제에 대해 침묵과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청와대 행정관이 ‘대포폰’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청와대는 자체 조사는커녕 언급조차 피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의 ‘몸통’이 청와대라는 의혹에 대해 어물쩍 뭉개고 넘어가겠다는 의도가 깔린 대응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다면 대포폰 문제는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b>눈총 받는 검찰</b>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4일 낮 김준규 검찰총장이 점심식사를 위해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눈총 받는 검찰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4일 낮 김준규 검찰총장이 점심식사를 위해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앞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의 최모 행정관이 만든 대포폰을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장모 주무관이 불법사찰 관련 증거를 인멸하는 데 사용한 사실은 지난 1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과 검찰이 확인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포폰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따로 언급할 내용이 없으며, 자체 조사할 계획도 없다”는 것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청와대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최 행정관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민간인 사찰이란 불법에, ‘BH(청와대) 지시사항’ 메모가 발견되고, 대포폰이란 또 다른 불법이 동원되고, 청와대 직원까지 연루됐지만 ‘강건너 불보듯’ 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직원들의 비위 행위를 감찰해야 할 민정수석실 관계자들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입을 닫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인 최 행정관은 현재 청와대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논란의 파장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최 행정관과 장 주무관이 원래 친한 사이”라며 “대포폰이 아니라 차명폰이고 전화도 하루만 빌려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대포폰 문제에 청와대 직원이 의도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불법사찰 문제가 청와대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적 회피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간인 불법사찰에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 직원이 개입됐음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언급해봤자 논란만 키울 뿐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배경에는 검찰 조사와 법원 판결을 근거로 불법사찰 문제를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뜻도 보인다. 실제 검찰은 최 행정관에 대해 출장조사하는 데 그쳤고, 최 행정관의 상관으로 불법사찰의 ‘윗선’으로 지목된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역시 6시간 조사 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상황이다.

청와대가 진상규명을 거부하고 침묵으로 일관할수록 의혹은 증폭될 공산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준법과 공정사회 국정기조의 정당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남의 허물은 키우고 자신의 허물은 덮고 넘어가려 한다는 비판에 묶인다. 나아가 향후 불법사찰과 청와대의 연관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이 문제는 정권의 신뢰를 흔드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이 “청와대 대포폰 사건은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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