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으로 방송 장악한 MB, 종편으로 친정권 방송 완결

2011.11.29 19:03 입력 2011.11.30 10:08 수정

종합편성채널(종편)은 시민·소비자의 요구나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탄생했다. 보수신문의 방송진출 길을 터주고 친여·보수 미디어를 강화하려 한 이명박 정부의 선택이 작용했다.

■ 태동도 입법도 불법·특혜 논란

이명박 대통령이 종편을 처음 암시한 것은 대선을 한 달 남짓 앞둔 2007년 11월이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사실은 방송·통신 모든 것이 융합의 시대”라면서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내세웠다. 동시에 MBC의 단계적 민영화를 포함해 “국·공영 채널 수를 줄이는 구조개편”을 주장했다.

<b>종편 탄생 주역들</b> 이명박 대통령(가운데)과 박희태 국회의장(오른쪽),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이 지난 1월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축하떡을 자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종편 탄생 주역들 이명박 대통령(가운데)과 박희태 국회의장(오른쪽),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이 지난 1월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축하떡을 자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에서도 언론 재편론이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핵심은 같았다. 신문·방송 겸영 금지규정을 풀고, 다(多)공영 1민영 체제를 1공영 다민영 체제로 바꾸겠다는 게 골자였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던 보수신문들의 오랜 요구와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특혜논란이 시작된 배경이다.

보수신문들은 2006~2007년 즈음부터 다큐멘터리를 직접 제작해 지역방송에 내보내거나 케이블 채널을 인수하면서 방송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왔다. 한나라당도 그즈음 신문·방송 겸영 금지규정 삭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특히 2006년 헌법재판소가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한 신문법 규정에 합헌을 내려 한나라당 움직임에 탈법·불법 논란이 일었지만, 여권은 “(언론사 간) 격차가 벌어지는 문제는 보완하면 된다”는 이 대통령의 입장을 견지했다.

■ 한나라당은 종편 출범의 길 닦아

18대 국회가 시작되자 언론 재편이 본격화했다. 공영방송은 ‘사장 교체’ 바람에 휩싸였다. 2008년 당시 KBS 정연주 사장은 국세청 세무조사, 감사원 특별감사 뒤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해임됐다. 정 전 사장은 1심,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 사이 KBS 사장에는 이병순 전 KBS비즈니스 사장을 거쳐 이명박 대선캠프 방송전략실장을 지낸 김인규 전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이 선임됐다. MBC 역시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뉴라이트 출신 인사로 재편되면서 이 대통령과 15년간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 김재철씨가 사장에 올랐다.

국회에서는 신문·방송 겸영, 즉 보수신문의 종편채널 진출을 허용하는 입법에 한나라당이 총력을 기울였다. 2009년 7월 신문법, 방송법, 인터넷TV(IPTV)법 등 이른바 미디어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날치기했다.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 종편, 보도전문채널에 각각 10%, 30%, 30%씩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내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재투표, 다른 의원을 대신한 대리투표 사실이 드러났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면서도 의결 효력은 인정해 탈법 논란이 계속됐다. 종편이 시민·소비자의 요구가 아닌 정권과 보수언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인위적으로 탄생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종편은 정치적 산물

종편사업자의 무더기 선정 역시 시장 상황과 무관한 정치논리였다. 2010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사업자로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를 선정했고 연합뉴스는 보도채널 사업자가 됐다. “방송광고시장이 포화상태여서 1개 정도만 시장진입이 가능하다”(유영주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정책위원)는 시민단체·전문가들의 지적을 무시한 것이다.

대신 방통위는 종편채널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중간광고 허용, 광고시간 대폭 확대, 직접광고 영업, 15~20번의 황금채널 부여 등 각종 특혜를 챙겨주면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한마디로 종편채널은 “파이가 충분치 않은데 권력을 등에 업고 등장한 정치적 산물”(서강대 원용진 교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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