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엄호논리’에 모욕감 느낀 과학자들, 靑에 사과 요구

2017.09.03 15:55 입력 2017.09.03 18:56 수정

청와대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뉴라이트 사관 논란에 대해 ‘생활보수’ ‘소시민’ 등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여론은 더 싸늘해졌다. 과학기술계는 “일반적인 공대 출신으로서 그 일에만 전념해온 분들이 건국절 관련 문제를 깊이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청와대 엄호에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연구만 해온 공학자니까 ‘상식적이지 않은 역사관’을 가지고 있어도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과학기술계에 대한 모독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가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갖게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화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11일 인사청문회 전까지 추가 악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예정대로 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계 분노는 커지고 있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에 “열심히 일만 하지 말고 국가에서 이런 대우를 받는 것에 분노해야 한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참담하다”고 적었다.

윤성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에 “과학기술자이기 이전에 이 나라의 시민으로서 촛불을 든 우리들을 심하게 모욕한 점은 사과하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태웅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공학자에게 상식적 수준의 역사관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식의 청와대 관계자 이야기를 듣고는 내 존재를 부정당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며 “우리는 시키는 일만 하는 도구적 존재가 아니다”고 청와대 사과를 요구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과학자들은 뉴라이트 사관보다 더 문제되는 부분은 창조과학회 이사 경력이라고 보고 있다. 창조과학은 단순히 종교관이 아니라 과학의 본질을 부정하는 ‘반(反)과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황우석 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한 온라인 커뮤니티 브릭(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에서 박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가 이뤄질 때까지 릴레이 기고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초파리 유전학자인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 정직한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초빙교수, 김준홍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생물인류학자) 등 3명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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