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날리면’ 고발에 대통령실은 MBC 배제,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하나

2022.11.10 16:10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해외 순방에서 MBC 취재진을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시키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보도 가이드라인’을 넘어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수사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꼭 집어 MBC 배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MBC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전용기 탑승 배제를 밝히면서 “MBC는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MBC가 지난 9월 미국 순방 때 윤 대통령이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자막을 달아 내보낸 영상을 주된 배제 사유로 든 것이다.

비속어 논란 이후 국민의힘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의원들은 검찰에 박성제 MBC 사장과 기자 등을 고발했다. 이들은 MBC가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MBC에 대한 무고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들은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고발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MBC를 저격해 사실상 수사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수사의 주요 대상자이기도 하다.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를 따지려면 윤 대통령이 말한 게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확인해야 한다. 설령 ‘날리면’이 맞다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처벌하지 못하는 반의사불벌죄라 윤 대통령이 처벌불원서를 내느냐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진다. 여당이나 시민단체가 대통령 대신 고발한 뒤 처벌하는 행태는 공적 인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윤 대통령의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을 “이권 카르텔 비리”로 규정하고 사법처리 가능성을 언급했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에 대해서는 “일단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면 우리 헌법에 따라 한국 국민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수사 지시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