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불가·함께 못해”…윤석열 대통령 ‘배제’의 자유민주주의

2022.12.14 17:44 입력 2022.12.14 19:57 수정

노동·언론·이념 거듭 선긋기

대화와 협치 대상 한정해 선명성 부각

“국민통합의 책무와 균형 놓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구체적 현안과 연관지어 소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 총파업, 언론관 논란, ‘주사파’ 논란 등에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무를 끌어왔다. 소환 메시지의 핵심은 배제다. 특정 집단을 자유민주주의를 해치거나 함께할 수 없는 집단으로 못박아 배제의 선을 긋는 식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또다른 책무인 통합에는 눈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민주노총=자유민주주의 파괴세력=타협불가 세력’으로 낙인찍고 사실상 배제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총파업 후속 대책을 말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깨려는 세력”을 언급하고 “이런 세력과는 절대 타협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우리 공동체의 기본가치가 자유라는 데에 동의하는 사람들과는 협치나 타협이 가능하지만, 자유를 제거하려는 사람들, 거짓 선동과 협박을 일삼는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며 이를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와 연결지었다. 직접 언급한 건 화물연대 파업이지만 윤 대통령이 국정 철학으로 삼은 ‘자유와 연대’ 기준을 구체적 행동을 통해 세워나가겠다는 선언으로도 풀이됐다.

윤 대통령이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논쟁이 불거질 때 민주주의 수호를 들어 ‘타협 불가’와 ‘배제’를 선언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달 특정 언론을 순방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한 뒤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써 부득이한 조치”라며 “언론 자유도 중요하지만 언론의 책임이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10월엔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라며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야권 인사들을 겨냥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과거 ‘주사파’ 발언과 여당의 ‘종북’ 색깔론 논쟁이 일던 시점이다. 명확히 대상을 밝히지 않았지만 야당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이 같은 발언들의 특징은 명확한 피아 구분, 선 밖의 이들과의 뚜렷한 선 긋기로 요약된다. 국정운영 동참 세력의 확장보다는 대화와 협치의 대상을 한정짓는 데 방점을 찍는 방식이다. 자유민주주의 역시 연대와 확장이 아닌 배제의 관점에서 등장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의 내용, 보수 정부로서의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선명하게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 최고지도자의 판단에 따라 민주주의 참여 ‘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타협과 균형, 다양성이라는 민주주의 운영원리가 축소될 수도 있다.

여권에선 화물연대 파업 등에 대한 윤 대통령 대처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민주주의를 말하는 대통령의 언어가 ‘배제’에 집중되는 점을 두고는 우려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함께 국민통합의 책무 역시 지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양자의 균형을 꾀하려면 통합을 위해선 어떤 관점을 갖고 노력해야 하는지 고민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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