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오염수 문제 없다”…분석 참여한 원안위는 “판단 시기상조”?

2023.06.01 15:26 입력 2023.06.01 16:58 수정

IAEA “일본 오염수 측정 기술 높아”

해양 방류 속도 붙어 올 여름 안 넘길 듯

과학계 “정화능력 판단 어려워” 지적

2019년 촬영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전경. 그린피스 제공

2019년 촬영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전경. 그린피스 제공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수에서 방사선과 관련한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1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오염수 해양 방류에 힘을 싣는 쪽이다. 이번 IAEA의 분석에도 참여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보고서에 대해 일단 “어떤 판단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냈다.

국내 과학계에선 IAEA의 측정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등 오염수를 정화하는 장비의 성능을 알아보려면 정화되기 전과 후의 방사성 오염수를 각각 뽑아내 비교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깨끗하게 정화된 오염수만을 떠서 방사능 측정을 한 뒤 ‘안전’ 도장을 찍어줬다는 지적이다.

IAEA 1차 보고서 발간…“추가 방사성 핵종 미검출”

IAEA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한 오염수 1차 시료 분석결과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를 관리하는) 도쿄전력의 측정 능력과 기술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오염수 시료를 채취하는 도쿄전력의 절차가 적절한 방법론에 따르고 있으며, 다양한 방사성 핵종을 대상으로 한 분석 방법도 적합했다고 적었다.

특히 IAEA는 보고서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에서 해양 방류 직전의 오염수가 모이는 ‘K4-B’ 탱크에서 채취한 오염수를 한국과 미국, 프랑스, 스위스 등 4개국에서 교차 분석한 결과를 언급하며 “유의미한 수준의 추가 방사성 핵종을 검출하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한국에선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오염수 분석을 담당했다.

보고서는 IAEA가 후쿠시마 원전을 대상으로 내놓은 6번째 보고서다. 동시에 오염수 시료를 분석해 결과를 내놓은 1차 보고서여서 더 주목된다. 특히 이번 발표로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근거가 늘게 된 셈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원안위 “판단 내리기엔 일러”

IAEA 보고서와 관련해 1일 언론 대상 설명회에 나선 임승철 원안위 사무처장은 “아직은 1차 시료 분석 결과”라며 “향후 2·3차 시료 분석도 있는 만큼 오염수와 관련한 어떤 평가를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2차와 3차 보고서의 바탕이 될 시료는 지난해 말 IAEA 주관으로 채취돼 현재 분석 중이다. 이번에도 분석에 참여한 원자력안전기술원은 IAEA에서 이달 30일까지 분석 결과를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오염수 방류에 관한 IAEA의 최종 보고서는 애초 알려졌던 이달 말보다 조금 늦춰져 다음 달쯤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IAEA와 별도로 일본을 방문했던 한국 시찰단의 보고서도 비슷한 시기에 나올 공산이 크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오염수가 방류되는 시점은 올해 여름을 넘기지 않을 공산이 커 보인다. 이럴 경우 한국 정부가 결국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디딤돌’을 놓아준 격이 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오염수 분석방식 문제” 지적도

국내에선 이번 보고서에 담긴 IAEA의 분석 방법에 대한 반론이 나온다. 오염수 관리 역량을 판단하는 핵심 근거는 알프스 등의 정화 능력에 있는데, 이번 보고서로는 그걸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정화되기 전의 오염수와 정화된 후의 오염수를 따로 채취해 비교해야만 필터 성능을 알 수 있다”며 “그런데 이번 보고서에서 분석 대상이 된 시료는 정화가 끝난 오염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번 보고서는 ‘각국 전문기관이 방사성 물질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정보밖에 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저장탱크에는 방사성 기준치의 수배에서 최고 1만9000배를 넘는 오염수가 들어 있다. 이런 고농도 오염수가 약 30년 장기간 파고든 뒤에도 알프스가 튼실한 정화 성능을 보여줄지는 이번 보고서로 알 길이 없다는 얘기다.

김대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환경방사능평가실장은 “오염수 분석은 전적으로 IAEA가 주관했다”며 “알프스 처리 전과 후의 상황에 대해 한국 측이 의견을 제시할 만한 과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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