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장 쏴 행동·감정 조절 기술 개발…“쥐 모성애 커져”

2024.07.04 13:17 입력 2024.07.04 14:30 수정

기초과학연구원,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발표

실험용 쥐 대상 식욕 조절 가능도 확인

자기장으로 뇌에 자극을 줘 실험용 쥐의 특정 행동이나 감정을 이끌어내는 모식도.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자기장으로 뇌에 자극을 줘 실험용 쥐의 특정 행동이나 감정을 이끌어내는 모식도.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국내 연구진이 자기장으로 뇌를 자극해 행동이나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세계에서 처음 고안했다. 동물 실험을 통해 모성애를 증강시키거나 식욕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소속 천진우 나노의학연구단장과 곽민석·이재현 연구위원은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과 함께 자기장을 뇌 신경회로에 무선으로 쪼여 특정 행동이나 감정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진이 ‘나노-MIND 기술’이라고 이름 붙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실렸다.

인간의 뇌는 1000억개 이상의 뉴런(뇌 신경세포), 그리고 여러 뉴런으로 구성된 뇌 회로로 이뤄져 있다. 뇌 회로는 인지와 감정 기능, 사회적 행동 등을 통제한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의 뇌 부위 가운데 모성애를 담당하는 전시각 중추의 ‘억제성 가바 뇌 회로’에 자기장을 쏴 활성도를 끌어올렸다. 그랬더니 실험용 쥐는 자신이 어미가 아닌데도 새끼 쥐들을 찾아 자신의 서식지로 데려왔다. 새끼 쥐를 쓰다듬는 등의 돌봄 행동도 다른 쥐에 비해 4배나 길었다. 자기장으로 인해 모성애가 강해진 셈이다.

연구진은 또 머릿속 외측 시상하부의 뇌 회로를 자기장으로 자극해 식욕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뇌 회로 내에 있는 ‘억제성 뉴런’이 활성화된 쥐는 식욕과 먹이를 섭취하는 행동이 100% 증가했다. 그런데 ‘흥분성 뉴런’이 활성화된 쥐는 반대로 식욕과 먹이 섭취 행동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연구진은 실험 동물의 특정 뇌 회로에 자기장으로 자극을 줘 뇌 기능을 조절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자기장은 몸을 잘 통과하는 데다 안전성도 높아 자기공명영상(MRI)처럼 생체 신호를 판독하고 질병을 진단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된다. 연구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장으로 특정 뇌 회로의 작동 수준을 정밀 제어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천 단장은 “이번 나노-MIND 기술이 뇌 회로의 기능과 작동 원리를 규명하고 정교한 인공 신경망을 개발하는 데 광범위하게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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