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종 감독의 ‘이유있는 분노’

2008.02.12 18:12

모두가 희망찬 새해를 말하는 설날, 유수종 전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희망 대신 회한 섞인 짧은 글로 새해를 맞는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인사이드 스포츠]유수종 감독의 ‘이유있는 분노’

유감독이 농구전문잡지 ‘점프볼’의 인터넷 홈페이지 농구인광장에 남긴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글이 팬들로부터 잔잔한 반향을 불러모으고 있다. 유감독은 글을 통해 “평생을 농구장에서 살다시피했지만 이런 희한한 일이 내 주변에서 생길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는데…”라며 운을 뗀 뒤 “어렵사리 쟁취한 베이징 올림픽 티켓을 찬탈당한 기분은, 참담함을 넘어 가벼운 분노까지 치민다”고 적었다.

그가 사령탑을 맡은 한국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 6월 아시아선수권에서 예선부터 결승까지 7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8년 만의 우승이었고, 2008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땄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참패 이후 2006 도하아시안게임 노메달 수모, 박명수 전 우리은행 감독의 성추행 사건 등으로 악재만 쌓이던 여자농구에 한줄기 빛과 같은 낭보였다. 대한농구협회가 계획 없이 무모하게 밀어붙였던 세대교체를 접고 고참 선수들을 다시 대표팀으로 불러들여 어렵사리 일궈낸 올림픽 티켓인 만큼 유감독에게는 애착과 성취감이 컸다.

그러나 대한농구협회는 지난 1월 말 이사회를 통해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의 정덕화 감독을 새 대표감독으로 선임했다. 유감독으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유감독은 “농구협회가 베이징 올림픽 메달 획득이 지상과제라는 현실적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국제 경험이 전무한 지도자들로 큰 대회를 치르게 하는 시행착오를 또 다시 반복하는 무책임하고 대책 없는 탁상행정의 난맥상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반드시 책임 소재를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름대로 여자농구 발전에 조금은 보탬이 됐다고 자부하는 사람에게 명예로운 퇴진의 기회도 주지 않은 일방적 횡포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애써 미련을 삭이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자농구 부흥에 악재가 되지 않도록 간절히 소원한다”며 글을 맺었다. 그를 도왔던 이옥자, 정상일 코치의 노고를 결실로 이어주지 못한 미안함도 표현했다.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서 활약하는 여자 대표팀을 바라보는 유감독의 눈길은 애정과 아쉬움이 교차할 것 같다.

〈 이윤주기자 runy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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