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감독대행 “흥이 나는 경기 하겠다” 초보의 일성

2008.12.01 17:50

프로농구 예상깨고 공동선두 이끌어
“순위 욕심보다는 과정에 중심둘 터”

“어느날 자고 나니까 1위가 돼 있더라고요.”

이상범 감독대행 “흥이 나는 경기 하겠다” 초보의 일성

프로농구 KT&G 이상범 감독대행(39)은 예상 못했다는 듯 ‘허허’ 웃었다. 시즌 개막 한 달을 앞두고 유도훈 전 감독이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KT&G를 강호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조직력이 가장 큰 무기인 팀이 흔들리지 않겠느냐는 추측과 함께 올 시즌 6강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랐다.

하지만 2라운드 중반까지 치른 현재 KT&G는 동부, 모비스와 함께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팀 창단 후 최다인 5연승도 기록했다. 대행이란 꼬리표를 달고 감독보다 나은 성적을 내고 있다. 얼떨결에 감독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대행의 지도력에도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이 대행은 “선수들이 워낙 잘해줬다”며 선수들의 공으로 돌렸다. 초보 감독답게 “내가 조금 더 알았으면 선수 교체나 작전이 원활할 텐데 그렇지 못한 점이 있다”며 “그런 점은 선수들한테 솔직히 얘기하고 같이 풀어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코치에서 감독대행을 맡게 된 뒤로는 “무게감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코치로 있을 때는 선수들을 서포트하는 입장이었는데, 감독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다보니 힘든 점이 있다”며 “심리적인 부분이나 선수 관리, 모든 것이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유 전 감독님이 만들어 놓은 틀을 잘 유지하면서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졸업 후 SBS에 입단한 그는 KT&G로 주인이 바뀐 지금까지 쭉 한 팀에 몸을 담아온 ‘인연’을 강조했다.

이 대행은 “이제 안양은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라며 “선수들한테도 지금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 용병까지 이렇게 만난 인연을 고맙게 생각하자고 얘기한다”고 했다. “2~3년 후에는 팀을 옮기는 선수들도 생기겠지만, 어디에 있든지 서로 지금 시절을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도록 인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행이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것도 ‘신뢰’ ‘신이 나는 농구’다.

그는 “항상 얼굴 표정을 밝게 하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웃으면서 경기를 즐길 줄 알아야 속공도 나오고, 더 잘 풀린다는 뜻에서다. “잘할 수도, 못할 수도 있는 것인데 고개 숙이고 있는 선수가 참 싫더라”며 “흥이 나는 농구를 하는 것이 지도자로서의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공동 선두까지 올랐으니, 순위 욕심이 생길 법도 한데 목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대행은 “한 경기씩 최선을 다해서 어느날 보니 1위도 이뤄진 것”이라며 “목표보다는 그 과정에 중심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runyj@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