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했나 했더니…프로농구 ‘음주폭탄’에 휘청

2021.05.02 21:47

현대모비스 기승호 술자리 폭행으로 제명…서울 삼성에선 음주운전

철없는 선수들, 동료들의 마지막 축제인 챔피언결정전 앞두고 ‘찬물’

울산 현대모비스 기승호가 지난달 30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재정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울산 현대모비스 기승호가 지난달 30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재정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프로스포츠는 지난 2월 이후 학교폭력 사태로 들끓었다.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다영 자매를 시작으로 프로스포츠 각 종목 현역 선수들의 과거 행위에 대한 폭로가 잇따랐고 해당 선수의 팀과 종목은 큰 위기를 겪었다.

프로농구는 다행스럽게도 4대 프로스포츠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현역 선수의 ‘학폭 논란’을 피해갔다. 학교폭력으로 들끓은 2021년의 초입, 유일하게 평화로웠던 프로농구가 한 시즌의 최고 축제인 챔피언결정전을 코앞에 두고 음주폭탄에 휘청거리고 있다.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뛴 베테랑 기승호(36)는 지난 4월30일 한국농구연맹(KBL)으로부터 제명됐다. 현대모비스가 4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4월26일 밤, 선수단 식사 중 술에 취해 후배 4명을 때렸고 그중 국가대표이기도 한 장재석은 안와골절까지 당하는 중상을 입었다. 과거 논란이 됐던 ‘얼차려’ 수준이 아니라 선수단 내에서 선배가 술에 취해 후배를 때린 ‘폭행 사건’이다.

과거 현역으로 뛰다 제명된 국내 프로농구 선수는 2015년 안재욱·이동건(당시 동부), 신정섭(당시 모비스)과 2019년 정병국(전자랜드)밖에 없다. 프로농구를 발칵 뒤집은 승부조작·불법도박과 노상에서 음란행위를 해 사회면에 이름이 실린 선수들이었다.

역대급 사고로 프로농구가 발칵 뒤집어져 ‘제명’ 처분을 내리자마자 또 하나의 음주사고가 기름을 부었다. 현역 선수가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내 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정규리그가 끝난 4월7일 사고를 내 바로 입건됐던 이 선수는 소속 구단에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선수의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소속 구단인 서울 삼성은 지난 1일 뒤늦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대단히 엄격해졌고 음주운전으로 선수 인생을 망친 사례도 각 종목에서 수두룩하다. 프로농구보다 시장이 크고 선수 몸값이 높은 프로야구에서도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대단히 엄격한 징계를 내리고 있다. 프로야구 레전드 박한이(전 삼성)는 음주 다음날 술이 덜 깬 채로 운전하다 적발돼 바로 은퇴했다. 수많은 사례를 보고서도 20대 초반의 이 삼성 선수는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뒤 한 달간 침묵했다. KBL은 다시 한 번 재정위원회를 열게 됐다. 중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다.

프로농구는 현재 큰 위기를 극복하려 애쓰고 있다. 개막이나 플레이오프 때는 인기종목 프로야구와 최대한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눈치를 보고, 겨울스포츠 라이벌 종목인 프로배구 인기에 밀린 지도 오래다. 전자랜드는 모기업의 운영 포기로 시장에 나와 있다. 반드시 10개 구단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위기감 속에 KBL은 최대한 잡음 없이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보안을 지키며 이리저리 뛰고 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친 가운데서도 큰 사고 없이 정규리그를 마치느라 합심했던 농구계에서 정작 리그 주인공인 선수들이 막바지에 초를 치고 있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코로나19로 인한 관중 입장 제한의 아쉬움 속에서도 역대급 재미나는 순위 싸움으로 정규리그를 잘 마쳤다. 이제 전주 KCC와 안양 KGC의 챔피언결정전이 3일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이 철없는 선수들 때문에 마지막 대축제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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