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5 참패 ‘성남 망신살’

2004.12.01 22:45

0-5 대패. 성남팬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우승은 떼논 당상이라고 마음을 놓았던 성남에 돌아온 대가는 돌이킬 수 없는 대패였다. 프로축구 성남은 방심을 거듭하며 넋을 놓고 있다가 집중력을 잃고 홈에서 아시아클럽팀 최강자의 자리를 어처구니없게 내줬다.

성남은 1일 홈구장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0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서 0-5로 완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성남은 이로써 1승1패를 기록했으나 골득실차에서 밀렸다.

1차전 원정경기에서 3-1로 이겼던 성남은 지더라도 한골차나 0-2패만 돼도 우승하는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상황. 게다가 경기장을 거의 채운 2만5천여 홈팬들의 응원까지 받으니 우승은 당연한 일 같았다.

그러나 매우 유리한 상황이 오히려 문제였다.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나선 알 이티하드 선수들은 빠르고 투지있게 움직였으나 방심한 성남 선수들은 1차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탄탄한 조직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수비진이 상대 선수들을 무방비로 놓아주며 잇따라 골을 내줬다. 기량면에서 엇비슷한 팀끼리의 대결, 그것도 홈에서 열린 경기에서 0-5 대패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도 있을 수 없는 일. 첫 실점은 전반 27분 나왔다. 상대의 코너킥 때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를 놓친 게 화근. 알 이티하드의 중앙수비수인 레다는 루치아노의 코너킥을 골 에어리어 정면에서 거의 자유롭게 머리로 받아넣었다. 그라운드에 한번 튀긴 공은 성남 골키퍼 김해운의 다이빙을 피해 골문 왼쪽으로 빨려들어갔다.

전반 46분의 두번째 골은 더 쉽게 내줬다. 골 에어리어 왼쪽에 서있던 알 이티하드의 하마드는 성남 수비수들의 방해를 전혀 받지 않고 루치아노의 프리킥을 중앙으로 차줬다. 그리고 역시 마크를 받지 않던 사이드가 이 공을 가볍게 차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성남이 우승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잠시 휴식을 갖고 난 후반 10분 성남 수비진이 또다시 허무하게 무너졌다. 상대의 역습에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크로스를 내줬는데 반대쪽에서 달려드는 누르를 마크하는 선수가 없었다. 누르는 에이드의 크로스를 받아 골키퍼 김해운이 반대편으로 쏠려 텅 비어있던 골문에 차넣어 3-0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오히려 알 이티하드가 앞서가는 상황. 성남은 후반 15분 마르셀로를 교체투입하며 뒤늦게 총공세로 나섰지만 한번 기운 승부의 추는 되돌려지지 않았다.

알 이티하드는 32분 역습에 나선 사이드가 성남의 왼쪽 수비진을 무너뜨린 뒤 중앙에 자유롭게 있던 누르에게 패스, 4번째 골을 만들어내 우승을 결정지었다.

성남 팬들은 이 골을 보고 난 뒤 경기장을 떠나기 시작했고, 종료 직전 에이드에게 한골을 더 내주자 ‘혹시나’ 하고 남아있던 팬들마저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성남|김석·김세훈기자 skim@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