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차붐 vs 진돗개…11년만의 벤치 맞대결

2005.05.01 18:14

1970~80년대 한국축구를 이끌었던 쌍두마차. 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를 주름잡던 ‘불세출의 스트라이커’ 차범근. 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마라도나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던 ‘진돗개’ 허정무. 나이 오십줄에 들어선 이들이 11년 만에 맞대결을 펼쳤다.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전남 드래곤즈전. 이날 경기 관심사는 차범근 수원 감독(52)과 허정무 전남 감독(50)의 맞대결이었다. 차감독은 현대 감독으로, 허감독은 포항 감독으로 있었던 1993~94시즌 13번 맞붙었다. 당시 성적은 5승4무4패로 허감독의 박빙의 우위. 팀성적도 3·4위를 번갈아했을 만큼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선수시절부터 이들은 라이벌이었다. 차감독은 고려대를 나와 분데스리가 98골을 넣었고 연세대 출신 허정무는 네덜란드의 명문 아인트호벤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나란히 86년 멕시코월드컵에 출전했으나 선수 시절 무게중심은 차범근 쪽에 쏠리는 게 사실.

허감독은 경기 전 “선수 시절엔 차감독이 더 유명했지만 감독으로서는 지고 싶지 않다”면서 “수원이 멤버가 좋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다”고 승부욕을 불태웠다. 반면 차감독은 최근 링거를 맞으며 지독한 감기몸살과 싸우느라 이날 경기에 특별한 신경을 쓰지 못했다.

개인적인 상황만큼이나 벤치의 모습도 달랐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차감독은 별다른 큰 움직임 없이 벤치에서 조용히 경기를 지켜봤다. 그러나 허감독은 단복 상의를 벗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끊임없이 작전을 지시했다.

경기결과는 PK로 2골을 넣은 수원의 2-1 승. 사령탑 맞대결의 성적도 5승4무5패로 균형을 이뤘다. 차범근과 허정무. 선수 때나 감독 때나 라이벌은 라이벌인 모양이다.

〈수원|김세훈기자〉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