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도 몰라, 상대도 몰라…‘웃픈’ 제주

2017.02.01 06:00

ACL 제재 전북 대신 조별리그행…PO 대비 계획·상대분석 무용지물

CAS 결정에 다시 입장 바뀔 수도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31일 오후 훈련에 앞서 어깨동무를 한 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br />서귀포 | 양승남 기자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31일 오후 훈련에 앞서 어깨동무를 한 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귀포 | 양승남 기자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31일 서귀포 클럽하우스에서 동계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출전했던 외국인 선수 멘디까지 이날 합류해 팀 구성원이 모두 모였다. 이미 태국 치앙마이에서 1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터. 바람이 심하게 부는 궂은 날씨였지만 조성환 감독의 지시 속에 선수들은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훈련을 소화했다.

뜨거운 훈련장 분위기 속에서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여러 차례 집중력을 얘기했다. 조 감독은 “몸과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훈련도 능동적인 자세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가 있었다. 오리무중에 빠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일정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리그 3위 제주는 당초 올 시즌 ACL 플레이오프(PO)를 치를 예정이었다. 오는 7일 홍콩의 키치와 홈에서 ACL PO를 치른 뒤 승리하면 조별리그로 합류하게 되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전북 현대의 심판 매수 사건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출전관리 기구가 지난달 뒤늦게 전북의 출전을 제한하면서 제주가 전북의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제주로서는 PO를 거치지 않고 조별리그로 바로 합류하게 됐지만, 이미 ACL PO 일정에 맞춰 훈련을 준비했고, 상대 분석 등을 진행해온 터라 썩 반갑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전북이 국제스포츠중재판소(CAS)에 제소를 하고 CAS가 3일까지 결론을 내리기로 하면서 제주는 다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북이 승소해 출전권을 획득할 경우 제주는 7일 ACL PO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는 전북의 자격 박탈이 결정된 이후 ACL 본선 체제에 맞춰 훈련과 대회 준비를 새로 했다. 올 시즌 일정을 알리는 홍보 팸플릿과 플래카드 등에 PO 일정 대신 조별리그 일정으로 대체하는 등의 작업을 다 마쳤다. 그러나 다시 PO를 치르게 되면 훈련 스케줄은 물론 구단의 경기 준비 등이 모두 꼬이게 된다.

만약 전북의 승소가 결정되면 당장 4일 만에 실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제주 유나이티드 장석수 대표이사는 “구단의 연습경기도 최소 보름 전에 잡는데 국제대회인 ACL이 4일 만에 결정된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AFC의 아마추어 같은 행정 때문에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 몰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팀과 경기 일정도 모른 채 훈련을 해야 하니 선수단도 혼란스럽다. 조 감독이 집중력을 강조한 ‘웃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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