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 다 놓치고…날개 접은 ‘황새’

2018.05.01 20:41 입력 2018.05.01 20:42 수정

FC서울 황선홍 감독 사퇴 이유는

‘콤팩트한’ 축구 스타일 소화하기에는 선수 자원의 한계 명확

성적 부담에 급진적 리빌딩…신구 선수 조화도 실패로 끝나

두 마리 토끼 다 놓치고…날개 접은 ‘황새’

황선홍 감독(50)이 결국 FC서울 사령탑에서 자진사퇴하면서 약 2년간 이어졌던 서울과 황 감독의 인연은 끝났다. 포항 스틸러스 감독 시절, 국내 선수들로만 리그와 축구협회(FA)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황선대원군’이라는 칭송까지 받아왔던 황 감독은 서울에서도 강력한 리빌딩을 통해 개혁을 꿈꿨지만 끝내 날개를 접었다.

■ 명확한 한계

황 감독은 ‘콤팩트한’ 축구를 지향한다. 쓸데없이 점유율만 높게 가져가기보다는 상대 진영에서 정확한 패스와 순간 침투가 주를 이루는 전략이다. 황 감독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데얀, 오스마르, 윤일록 등 주축 선수들을 대거 내보내면서 내비쳤던 뜻은 단 하나, 리빌딩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온전히 서울에 입히겠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런 황 감독의 축구 스타일을 소화하기에는 가지고 있는 자원의 한계가 명확했다는 점이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은 좀처럼 서울에 녹아들지 못했다. 신광훈과 신진호도 나이가 들면서 움직임이 예전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린 선수들만 믿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서울의 색깔은 이도 저도 아닌, 다소 모호하게 돼버렸다.

■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

FC서울이 일반 시·도민구단이었다면 황 감독의 리빌딩은 시간이 걸렸더라도 성공했을 수 있다. 문제는 서울이 리빌딩을 기다려줄 만큼 한가한 구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0년대 전북 현대(4회) 다음으로 많은 3번의 리그 우승을 차지한 서울은 항상 일정 수준의 성적을 내야 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즉, 리빌딩을 한다고 해도 성적까지 놓쳐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사실 리빌딩과 성적을 모두 잡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투자가 수반돼야 하지만, 서울은 과거에 비해 선수 영입을 위해 쓰는 비용이 현저하게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황 감독의 선택은 너무 급진적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황 감독의 방향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다만 한꺼번에 하기보다는 조금씩 점진적으로 하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 실패로 끝난 신구조화

황 감독이 이번 시즌 계속 강조했던 것 중 하나는 ‘신구 선수의 조화’다. 황 감독은 조영욱, 정현철, 박동진 등 어린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이들이 기존 베테랑들과 조화를 만들어내야 팀이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팀의 고참 박주영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황 감독 체제하의 서울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 서울이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황 감독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그 갈등을 끝내 봉합하지 못한 채 물러났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단이 좀 더 명확하게 처신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해설위원은 “황 감독을 믿고 지지했다면 구단에서 내부적으로든 외부적으로든 뭔가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보고만 있었다”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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