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후손'이라니... 올림픽 일부 누리꾼 도넘은 악플 '눈살'

2012.08.01 20:54 입력 2012.08.01 21:03 수정

한국 누리꾼의 응집력이 국제적인 명성을 얻을 모양이다.

올림픽에서 한국선수들과 맞붙은 상대 선수들이 한국 누리꾼들의 온라인 공격에 홍역을 앓고 있다. 익명성 뒤에 얼굴을 숨긴 누리꾼들이 과도한 반응이 빗나간 애국심으로 이어지고 국제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만만찮다.

지난 31일 펜싱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 신아람(26·계룡시청)의 ‘1초 판정’ 논란을 빚은 상대 선수인 브리타 하이데만(30·독일)은 1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논란 끝에 신아람을 꺾고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딴 후 밀려드는 악성댓글들을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악성댓글의 대부분은 한국 누리꾼이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의 하이데만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열린 펜싱 여자 에페 준결승전에서 한국의 신아람에게 승리한 후 포효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독일의 하이데만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열린 펜싱 여자 에페 준결승전에서 한국의 신아람에게 승리한 후 포효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통상 대회 조직위원회나 해당 경기를 진행한 심판에게 한국 누리꾼의 분노가 모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번엔 대상이 하이데만이었다. 하이데만은 경기 후 눈물을 훔치는 신아람 앞에서 관중석을 향해 포효하는 등 과장된 동작으로 누리꾼들의 미움을 샀다.

한국 누리꾼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하이데만의 페이스북. 사진|하이데만 페이스북 캡쳐

한국 누리꾼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하이데만의 페이스북. 사진|하이데만 페이스북 캡쳐

경기가 끝난 후 일부 누리꾼들은 하이데만의 페이스북으로 몰려가 입에 담을 수 없는 한글 악성댓글을 달았다. 그 중에는 “나치의 후손” 운운하는 자극적인 댓글도 발견됐다. 또한 과거 하이데만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참가하는 다른 독일선수들과 함께 찍은 누드사진도 유포됐다.

악성댓글 이후 비공개로 바뀐 하이데만의 페이스북. 사진|하이데만 페이스북 캡쳐

악성댓글 이후 비공개로 바뀐 하이데만의 페이스북. 사진|하이데만 페이스북 캡쳐

누리꾼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이 경기에서 부적절한 경기 진행으로 하이데만의 승리를 선언한 오스트리아인 여성심판 바바라 차르의 신상정보를 찾아내 인터넷에 유포하기에 이르렀다. 1일 독일 일간지 슈피겔은 “바바라 차르가 트위터를 통해 위협받고 있으며 그의 이메일과 전화번호가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차르의 페이스북 역시 비공개로 전환됐다.

펜싱 여자 에페 준결승전 신아람-하이데만전 심판을 본 바바라 차르의 비공개로 전환된 페이스북. 사진|바바라차르 페이스북 캡쳐

펜싱 여자 에페 준결승전 신아람-하이데만전 심판을 본 바바라 차르의 비공개로 전환된 페이스북. 사진|바바라차르 페이스북 캡쳐

이보다 앞서 한국 누리꾼과 공방을 벌이던 스위스 축구대표팀의 모르가넬라(23·팔레르모)가 온라인상의 말실수로 대표팀에서 퇴출됐다. 모르가넬라는 지난달 30일 영국 시티 오브 코벤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B조예선에서 비신사적인 플레이와 헐리우드 액션 등으로 한국 누리꾼의 비난을 받았다. 모르가넬라는 자신의 트위터에 “불태워버리고 싶다. 정신지체아” 등의 표현을 남겨 논란이 됐다. 모르가넬라는 문제가 생기자 곧바로 계정을 삭제했다. 결국 스위스 선수단은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의 퇴출을 발표했다.

트위터에 한국 누리꾼을 겨냥한 악성멘션을 달았다가 축구대표팀에서 퇴출된 모르가넬라. 사진|런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트위터에 한국 누리꾼을 겨냥한 악성멘션을 달았다가 축구대표팀에서 퇴출된 모르가넬라. 사진|런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지구상 어느나라보다 발달된 인터넷 인프라로 한국 누리꾼들의 응집력과 신속성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만만치 않은 부작용도 불거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한국관련 비하발언을 적은 모르가넬라의 트위터. 사진|모르가넬라 트위터 캡쳐

한국관련 비하발언을 적은 모르가넬라의 트위터. 사진|모르가넬라 트위터 캡쳐

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국내 인터넷 악플문화는 항상 있었던 것인데 올림픽이라는 이슈를 맞아서 그 대상이 외국선수나 심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스스로 악자를 응징한다는 생각에 취한데다 한국 대 외국이라는 그릇된 국가주의에 빠져 이러한 상황이 생겼다”며 “이는 오히려 판정의 부당함을 드러내는데 방해가 되는 행동일 뿐이다. 일부 언론들도 자극적인 정보로 누리꾼의 공분을 이끌어내는데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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