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선 “아픈 엄마 위해 요리사에 도전”

2012.08.20 22:12 입력 2012.08.20 22:39 수정

한국 태권도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황경선(26·고양시청)은 새로운 꿈에 부풀어 있다.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어머니(조순자씨·52)를 위해 요리사에 도전한다.

20일 소속팀 훈련장이 있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만난 황경선은 “정식으로 요리의 길을 걷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요리학원을 알아보느라 바쁘다”고 했다. ‘금빛 발차기’에 성공한 금메달리스트의 애절한 효심이 눈에 들어왔다. “아픈 엄마의 병수발을 들던 언니가 형부와 함께 곧 미국으로 떠난다”면서 “이젠 제가 모셔야 하는데 운동을 하는 처지라 당장 그럴 수도 없으니, 맛있는 것이라도 많이 해드리고 싶다”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황경선이 20일 런던올림픽에서 딴 태권도 금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고양 | 박민규 기자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황경선이 20일 런던올림픽에서 딴 태권도 금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고양 | 박민규 기자

어머니 때문에 황경선은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며 수심이 가득했다. 2년 전 심각한 당뇨 증상으로 쓰러진 어머니가 다시 쓰러지면서 한때 위독한 상황까지 맞았기 때문이다. 가족의 극진한 간호 속에 일어섰지만 합병증으로 시력의 대부분을 잃고 말았다. 딸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황경선의 효심은 본인의 주특기인 태권도로 넘어가자 그제야 진정됐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너무 많이 울었어요. 태백선수촌에서는 하루에 10㎞ 이상을 한 달 가까이 뛰었고, 일주일 쉰 다음에는 지옥훈련으로 불리는 해병대 훈련을 갔죠. 그 덕분에 올림픽 기간 동안 체력 걱정은 하지 않았으니 만족해야죠”라고 웃었다. 황경선이 첫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비결이었다.

아쉬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베이징올림픽과 달리 홀로 시상대 최상단에 올라선 것에 미안한 마음이 그득했다.

“금메달을 따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속상했죠. (이)인종이 언니랑 (차)동민이가 결승에서 졌으니까. 어떤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데, 그 말을 못 꺼냈어요. 사실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겠지만….”

브라질올림픽 때면 그의 나이 30세. 황경선에게 ‘다음’을 묻자 “이젠 후배들한테 기회를 넘겨주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소속팀인 고양시청과 남은 계약기간(2년)만 지키면서 은퇴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새로운 꿈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지금 막 준비를 시작한 요리가 그 길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주변에서 권유하는 교수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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