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과 싸우다 왼팔 잃은 참전용사…자신과의 싸움 이겨내고 ‘금빛 질주’

2021.08.27 21:52 입력 2021.08.27 21:53 수정

‘저격수 복무’ 영국 야코 반 가스

사이클 3000m 세계신기록 ‘금’

“아프간 상황 지켜보는 것 슬퍼”

탈레반과 싸우다 왼팔 잃은 참전용사…자신과의 싸움 이겨내고 ‘금빛 질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공격에 왼팔을 잃었던 참전용사가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다시 일어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의 영국인 야코 반 가스(35·사진)는 26일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벨로드롬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사이클 남자 3000m(C3) 개인 추발 결선에서 3분20초987의 기록으로 핀 그레이엄(영국)을 제치고 우승했다.

반 가스는 앞서 열린 예선에서 3분17초593에 경기를 마쳐 세계신기록 및 대회신기록도 수립했다.

반 가스는 “오늘 매우 힘들었지만 놀라운 일을 해냈다”며 “함께 경주한 그레이엄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겠다. 그는 나를 정말 세게 밀어붙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패럴림픽 메달 시상대에 오르기까지 반 가스의 여정은 평범하지 않았다. 2008년 아프가니스탄에 처음 파병됐던 반 가스는 2009년 영국 낙하산 연대의 저격수로 다시 아프간 땅을 밟았다.

당시 23세였던 반 가스는 탈레반이 발사한 로켓 추진 유탄에 맞아 왼팔을 잃었고 폐 손상, 장기 파열, 왼쪽 무릎과 발목 골절상 등을 입었다. 영국 복귀까지 불과 2주를 남긴 시점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11차례 수술을 받고 살아난 그는 길고 긴 회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군 생활은 불가능해졌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스키를 배워 장애인스키팀에 들어갔고, 세계에서 8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히말라야 마나슬루를 등정한 최초의 남아공 출신 산악인이 됐다. 그러던 중 2012 런던 패럴림픽 사이클과 육상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반 가스는 “패럴림픽 경기를 보고 놀랐다. 나도 그들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 가스는 2016년 리우 대회 대표 선발전에 도전했으나 최종 탈락했다. 실망감 때문에 사이클을 잠시 떠났던 반 가스는 마음을 추스른 뒤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왔고, 도쿄 대회 대표팀에 선발됐다. 그리고 세계신기록 작성과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반 가스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때에 금메달을 획득해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 반 가스는 “나한테 일어난 일에 대해 실망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그곳에 가서 내 임무를 해야 했다”면서 “지금 아프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는 게 슬프다. 그곳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을 기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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