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깔끔하게’ 벽을 깨부쉈다…‘올림픽 금’ 따낸 황대헌의 비결

2022.02.10 22:36 입력 2022.02.10 22:41 수정

황대헌이 지난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1위로 통과한 뒤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포효하고 있다. 베이징 | AP연합뉴스

황대헌이 지난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1위로 통과한 뒤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포효하고 있다. 베이징 | AP연합뉴스

4년 전 평창 때부터 이어진 불운
정상 문턱서 번번이 좌절했던 황
‘아무도 손 못 댈 레이스’ 전략
9바퀴 남기고 선두로 치고나가
결승선까지 1위 지키며 ‘포효’

‘장애물이 반드시 너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아라. 어떻게 그 벽을 오를지 해결책을 찾아보고, 그 벽을 이겨내라.’

지난 8일 황대헌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말을 영어로 인용해 게시했다.

7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조 1위를 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탈락한 것에 대한 심경이었다.

그리고 황대헌은 포기하지 않고 직접 벽을 올랐다. 벽을 넘으니 거기 금메달이 있었다.

황대헌은 9일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9초219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1위로 결승선을 지나친 황대헌은 양손을 주먹으로 불끈 쥐고 아낌없이 포효했다.

황대헌 '내가 1등'. 연합뉴스

황대헌 '내가 1등'. 연합뉴스

사실 황대헌이 마주한 벽은 이번 대회에서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처음으로 출전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불운에 시달렸다. 당시 황대헌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 중 하나였다. 올림픽 시즌에 열린 월드컵 2, 3차 대회에서 1500m 부문에서 모두 우승을 따내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하지만 평창 대회 첫 경기인 1500m에서는 결승에서 넘어져서 눈앞에서 메달을 놓쳤다. 두번째 종목인 1000m는 황대헌이 세계 기록을 가지고 있는 종목이었지만 준준결승에서 한국 선수 3명이 겨뤄야 하는 대진 속에서 결승선에서 다시 한번 넘어졌다. 이어 출전한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아쉬움만 남겼다.

평창을 통해서 황대헌은 교훈을 얻었다. 4년 동안 치열하게 준비를 했고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올림픽 메달은 하늘에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준비된 것을 보여드리고 운이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늘은 좀처럼 그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첫 종목인 혼성계주에서는 주자 중 한 명인 박장혁이 넘어져서 예선에서 탈락했고 두번째 1000m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실격이라는 불운이 이어졌다.

결국 황대헌은 스스로 메달을 향한 길을 열었다. 비결은 ‘완벽하게 깨끗한 경기’였다. 황대헌은 “깔끔한 경기 중에서도 제일 깔끔한 경기로 전략을 세워서 나왔다. 아무도 나에게 손을 못 댈 정도로 깔끔한 전략을 세웠다”고 했다.

실제로 황대헌은 이날 그 어떠한 빌미도 주지 않고 완벽한 레이스를 펼쳤다.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인코스 대신 아웃코스에서 승부를 봤다.

결승에서 9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에서 급격히 스피드를 올려 선두자리를 꿰찼다. 남은 바퀴를 도는 동안에는 자신을 응원해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는 “한 바퀴 지나갈 때마다 응원해주신 분들을 떠올리며 힘을 냈다”고 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는 함께 레이스를 펼친 이준서, 박장혁에게 고마움을 표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이준서는 2분9초622의 기록으로 5위, 박장혁은 2분10초176의 기록으로 7위 자리에 올랐다. 황대헌은 “한국에서 대표팀 되기 정말 힘들다. 이렇게 좋은 동료들이 없었다면 좋은 성적 없었고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지 못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지 모른다. 동료들에게 고맙다. 함께 메달을 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대헌은 또 자신의 앞에 새로운 벽들이 자리할 것이라는 걸 잘 안다. 그는 “다음 경기들은 또 하나의 벽이라고 생각하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계속 두드릴 예정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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