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골차 여유’ 카타르, 지옥서 천당으로

2012.03.01 22:35
류형열 기자

극적인 반전을 표현할 때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고 한다.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마지막날 E조의 카타르와 바레인이 그랬다.

당초 카타르는 최종예선 진출이 유력했다. 이란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던 카타르는 승점 9로 바레인에 3점 앞서 있었다. 더구나 골득실에서도 카타르는 +5로 바레인(-4)에 9골차의 여유가 있었다. 카타르가 이란에 지더라도 바레인이 큰 점수차로 인도네시아를 꺾지 않는 한 티켓은 골득실에서 앞서는 카타르의 차지가 될 터였다.

<B>바레인의 눈물</B>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달 29일 홈에서 인도네시아를 10-0으로 꺾고도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 무산되자 벤치에 앉은 채 괴로워하고 있다.  리파 | AP연합뉴스

바레인의 눈물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달 29일 홈에서 인도네시아를 10-0으로 꺾고도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 무산되자 벤치에 앉은 채 괴로워하고 있다. 리파 | AP연합뉴스

바레인에 실낱 같은 희망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역전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자 신들의 장난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바레인은 약체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차근차근 골을 터뜨리더니 후반 27분 기어코 여덟번째 골을 터뜨렸다. 스코어는 8-0. 같은 시각 카타르는 이란에 1-2로 끌려가고 있었다. 이대로 끝난다면 바레인이 최종예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골득실에서 +4로 동률을 이루지만 다득점에서 앞선 바레인이 카타르를 제치고 2위가 된다.

바레인은 이후로도 2골을 더 넣어 10-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하지만 축구의 신은 또 한번의 반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1-2로 끌려가던 카타르는 종료 4분을 남기고 카술라 모하메드가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경기는 결국 2-2로 끝났고, 카타르는 지옥으로 떨어지다가 다시 천당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죽다 살아난 카타르나, 천당 문을 열다가 다시 지옥으로 굴러떨어진 바레인이나 모두 이렇게 중얼거렸을 것 같다.

“인샬라(신의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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