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초콜릿 끼운 마초쿠키 불멍하다 혀끝도 사르르~

2024.02.16 15:00 입력 2024.02.16 15:03 수정
정연주

(4)장작불에 구워 먹는 간식 ‘스모어’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마시멜로·초콜릿 끼운 마초쿠키      불멍하다 혀끝도 사르르~

스모어에 처음으로 로망을 가진 것은 만화 스누피의 한 일러스트를 봤을 때였다. 야영을 떠난 스누피와 우드스톡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이리저리 꺾어진 나뭇가지에 마시멜로를 꽂아서 굽는 모습이었다. 구름을 끼운 것처럼 하얗고 동글동글한 덩어리를 숲속에서 주운 나뭇가지에 꽂아 타오르는 불꽃에 굽는다니? 물론 실제로는 아무 나뭇가지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 생각보다 독성이 있는 식물은 우리 가까이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구운 마시멜로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서양에서는 기본적으로 스모어를 만들어 먹는다. 구운 마시멜로와 초콜릿, 통밀 크래커의 조합을 스모어라고 하는데, 스모어란 S’MORE, 즉 자꾸 더(more) 달라고 할 정도로 맛있다는 뜻이다. 장작불에 살살 구워서 뜨끈하게 살짝 부풀어 올라 찐득하게 늘어나는 마시멜로를 초콜릿과 함께 통밀 크래커에 끼우면 마시멜로의 열기가 초콜릿을 녹이면서 단맛이 두 배로 늘어난 디저트가 완성된다. 미국의 여름 캠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에는 반드시 등장해서 저것이 어떤 맛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메뉴다.

아마 호기심에 불타오른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일상에서 가스불에 스모어를 만드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캠핑장에 저녁놀이 드리우고 여기저기서 장작에 불을 붙이고 나면 마시멜로를 들고 있는 사람을 드물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캠핑장 매점에 가면 의외로 부탄가스나 장작만큼 거의 항상 팔고 있는 것이 마시멜로다. 색색으로 물들여서 돌돌 꼬아놓은 과자 같은 모양에서 딱 스누피가 나뭇가지에 꽂고 있던 것처럼 원통형의 새하얀 마시멜로까지 곳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렇게 달콤하고 쫀득해서 누구나 좋아할 것 같은 스모어에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마시멜로의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흔하게 접하는 마시멜로는 초코파이 안에 들어가 있는 하얗고 쫀득한 부분일 것이다. 예전부터 마시멜로는 칼로리가 아주 높아서 이 칼로리를 소모하려면 지구를 몇 바퀴 돌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퍼지곤 했다. 하지만 마시멜로는 기본적으로 설탕 시럽과 젤라틴 등을 보송보송하게 거품 내 굳혀 만든다. 공기 방울을 넣어서 부피를 늘린 것이다 보니 크기가 주는 느낌에 비해서는 칼로리가 낮은 편이다. 다만 특유의 폭신하면서 쫀득한 질감이 낯설고 다양한 풍미를 지닌 초콜릿이나 캐러멜 등의 당과에 비해서 설탕 고유의 심플한 단맛이 강한 부분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캠핑 하면 불멍, 불멍 하면 스모어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장작불에 마시멜로를 살살 돌려가며 굽는 장면은 주말에 캠핑을 갈 생각으로 주중 모든 일을 참고 넘어갈 수 있게 하는 추억이 된다. 결국 이번에는 입맛에 안 맞았더라도 다음이 되면 다시 시도하게 만드는 스모어. 내 입맛에 맞는 스모어를 만드는 방법은 있다. 바로 셀프 스모어 바다.

맞춤형 셀프 스모어 바

스모어의 기본 구성은 마시멜로와 초콜릿, 통밀 크래커다. 찐득한 마시멜로와 녹진한 초콜릿을 고소하고 바삭한 크래커가 감싸면서 질감의 조화가 느껴진다. 그런데 만약에 평소 통밀 크래커를 즐겨 먹는 사람이 아니라면 전부 낯선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따끈하고 찐득한 마시멜로에도 적응해야 하는데, 쿠키마저 낯설다면 이걸 왜 먹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쿠키로 스모어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쿠키가 있다. 초콜릿 칩 쿠키, 오트밀 레이즌 쿠키, 버터 쿠키. 비록 나는 제일 좋아하는 쿠키로 스모어를 만들면 어떤 맛이 나는지 궁금해서 직접 초콜릿 칩 쿠키를 구워 캠핑을 떠났지만, 반드시 수제 쿠키를 준비할 필요는 없다. 바닐라맛 크림을 초콜릿 쿠키 사이에 샌드한 O과자, 짭짤한 소금 결정이 뿌려진 Z과자, 달콤한 코코넛과 버터 향의 B과자 등 다양한 맛과 질감의 쿠키를 구입해보자.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마시멜로·초콜릿 끼운 마초쿠키      불멍하다 혀끝도 사르르~

목표는 ‘뭘 좋아할지 몰라서 전부 준비해봤어’이다. 제일 좋아하는 쿠키의 변신을 지켜보고, 가족마다 어떤 쿠키 스모어를 좋아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좋아하는 쿠키와 마시멜로, 초콜릿을 모두 준비했다면 이제 불멍을 시작할 시간이다. 스모어는 불이 활활 타오르는 활기차고 떠들썩한 식사 초반보다는 배가 어느 정도 불러와서 뒤로 기대앉아 천천히 타오르는 잔불을 바라보는 불멍 타임에 어울리는 간식이다. 시간상 자연스러운 디저트 타임이 되기도 하지만, 마시멜로는 방심하면 순식간에 타버리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마시멜로를 길쭉한 꼬챙이에 끼워서 불꽃 가까이에 가져가 보자. 다시 말하지만 그냥 나뭇가지를 주워다 쓰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긴 꼬챙이 끝에 마시멜로를 끼워 불꽃 가까이에 가져가면 처음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왜 색깔이 계속 그대로지?’ 고민하며 가만히 들고 있다 보면 순식간에 불꽃이 타오른다. 불에 가장 가까운 부분부터 불꽃이 일면서 새까만 거품처럼 끓어오르는데 그대로 전체가 새까만 숯덩이가 되어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 번 끄트머리에 불이 붙으면 휙휙 휘둘러서 꺼트릴 수 있지만 다시 불꽃에 가까이 다가가면 그 부분부터 쉽게 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먹기 좋게 굽기가 쉽지 않다. 물론 탄 껍질을 쏙 빼내고 속만 먹는 것도 가능하지만, 익은 마시멜로는 끈적하고 뜨거우므로 가능하면 잘 굽는 것이 좋다.

여기에는 요령이 있다. 마시멜로를 불에서 약 5㎝ 떨어진 곳에 가져가 댄 다음, 아직 전부 하얀색을 띠고 있다 하더라도 한시도 쉬지 않고 살살 돌린다. 인내심을 가지고 고르게 돌리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한쪽이 노릇해지기 시작한다. 이때 윗부분이 훨씬 빠르게 타므로 각도도 살살 조정해야 한다. 이상적인 잘 구운 마시멜로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노릇노릇한 색을 띠면서 살짝 부풀어 올라 속이 전부 따뜻한 상태다.

마시멜로를 성공적으로 노릇노릇하게 구웠다면 한 손에 좋아하는 쿠키 두 개를 나란히 올리자. 그리고 종류에 따라 어울릴 것 같으면 초콜릿을 한 조각 올린다. 나는 초콜릿 칩 쿠키나 O과자처럼 초콜릿 맛이 들어간 쿠키로 스모어를 만들 때는 따로 초콜릿을 올리지 않지만, 취향에 따라 조합하면 된다. 초콜릿 위에 구운 마시멜로를 꼬챙이째로 얹은 다음 마시멜로와 초콜릿을 쿠키 사이에 끼운다. 손가락으로 쿠키를 고정시키고 꼬챙이를 살살 돌려 빼낸다. 그러면 찐득한 마시멜로가 사방에 묻는 일 없이 깔끔하게 스모어 쿠키 샌드를 만들 수 있다. 취향 맞춤형 스모어 완성!

스모어의 무한한 가능성

변형 스모어의 맛은 어떨까? 마치 에어프라이어에 시판 과자를 데우면 오븐에서 갓 구운 듯한 맛이 나듯이, 원래 좋아하던 쿠키에 따뜻한 마시멜로 필링이 추가되면 색다른 온도와 질감의 조화가 느껴진다. 짭짤한 크래커를 사용하면 ‘단짠’의 중독적인 매력이 배가되고, 쫀득한 수제 쿠키는 가장 간단하게 완성되는 샌드위치 쿠키로 변한다. 기본 스모어의 맛 조합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원래 아는 맛이 추가되니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디저트가 된다.

스모어의 변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땅콩버터나 마멀레이드처럼 달콤한 소스 역할을 하는 필링을 가운데 끼워도 되고, 바나나나 딸기처럼 생과일을 함께 넣어 새콤달콤한 맛을 즐길 수도 있다. 견과류와 프레츨, 다양한 초콜릿 종류까지 셀프 스모어 바를 입맛대로 꾸미는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맵고 짜고 얼큰한 찌개, 숯불 향이 배어든 고기와 쌈채소로 잔뜩 배를 채우고 설거지와 뒷정리마저 귀찮아질 즈음, 그때가 바로 셀프 스모어 바를 꺼내들 타이밍이다. 요리하는 사람 따로, 먹는 사람 따로가 아닌 자유롭고 즐거운 디저트 시간을 즐겨 보자. 모두가 마시멜로 꼬챙이를 들고 모닥불에 삿대질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시간. 누가 마시멜로를 태웠니, 어느 쿠키가 제일 잘 팔리니 하며 각자 마음대로 완성한 단맛에 푹 빠져보는 것이다.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마시멜로·초콜릿 끼운 마초쿠키      불멍하다 혀끝도 사르르~


▲정연주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요리 전문 번역가. 르 꼬르동 블루에서 프랑스 요리를 공부하고 요리 잡지에서 일했다. 주말이면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맛캠퍼로 ‘캠핑차캉스 푸드 라이프’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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